▲아버지의 4.3 전시회. 제주 조천면 선흘마을 허영회 어르신 집의 담장.아버지의 4.3 이라는 제목으로 허영회 어르신의 이야기를 채록한 시와 가족들이 아버지에게 전하는 글과 그림으로 전시회를 열었다.
김재형
지난 3월 말, 제주 4·3을 앞두고 희생이 컸던 지역 중 하나인 제주시 조천읍 선흘 마을에서 4·3 희생자 유족 두 분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2년 동안 선흘 마을에 살면서 꾸준히 마을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4·3 유족들과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이미연님과 함께 한 이번 인터뷰는 허영회(81) 어르신과 부순아(88) 어머님의 이야기를 채록하고 그 채록에 기반해서 시로 재구성하는 방법으로 했다.
그동안 4·3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료가 만들어져 오고 있다. 주로 사실을 중심으로 한 자료라 국가의 공정한 보상을 위해 좋은 자료였다. 하지만 사실은 단지 사실일 뿐, 사실이 다룰 수 없는 치유 작업이 필요했다.
'채록시 쓰기'는 사실을 기반으로 하되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치유의 언어를 찾아내는 시쓰기 작업이다.
채록시를 들으면서 구술자는 자기 삶의 의미에 감동하게 된다. 허영회 어르신의 따님이신 허선정님(46)은 아버지에게 4·3 이야기를 천 번도 넘게 들었다. 4·3 이야기를 채록한다고 했을 때, 허선정님은 했던 이야기를 또 하는 걸로 생각했다. 그러나, 채록된 이야기를 시로 써서 보여줬을 때 지금까지 한 번도 느낄 수 없었던 아버지의 어떤 점을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