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승무원 이아무개씨의 4월 근무일정표. X표시 3개 중 2개가 무단결근과 관련됐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철도노조코레일관광개발지부
지난달 16일 아침, KTX 승무원 이아무개씨는 겨우 눈을 떴다. 전날 밤새 고열과 구토 증세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출무 시간은 오전 8시 30분. 이씨는 일단 자가용을 타고 사무실로 나갔다. "몸이 너무 아팠지만 대기근무자가 없는 상황이라 근무를 빼는 게 부담스러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사무실에 도착해서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자, 그의 상사는 퇴근을 허락하면서 "병가 처리를 해야 하니 진단서를 끊어오라"고 했다고 한다. 이씨는 바로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휴식을 취했다.
며칠 후, 이씨는 4월 근무 일정표를 받았다. 근무시간이 적혀 있어야 할 날에 'X' 표시가 돼 있었다. 그는 곧장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봤다. "출근 4시간 전까지 결근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무단결근에 해당된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아프다고 회사에 알렸는데도 무단결근 처리가 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씨는 무단결근으로 경고장을 발부받을 예정이다. 경고장을 받으면 이틀 동안 지상근무를 서야 한다. 지상근무는 승강장 앞에서 몇 시간 동안 승객에게 인사를 반복하는 업무다.
이씨는 "회사에서는 출근 중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해도 무단결근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라며 "이같은 사유로 4월에 경고장을 받게된 승무원이 부산지사에만 5명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승무원은 아파도 기차 안에서 아파야 한다는 말인가"라며 "아프다고 알려도 병가처리가 안 되는 현실에 너무 화가 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철도노조는 회사가 내부 규정 근거 없이 부당하게 무단결근 처리를 했다고 주장한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경고에 따른 징벌성 근무 규정은 있지만, 무단결근 기준을 명시한 조항은 찾아볼 수가 없다"며 "사규에는 '출근시간 4시간 이내에 결근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무단결근 처리된다'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실 보좌관인 김철희 노무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갑작스런 질병이 발생한데다가 상사에게 얘기까지 했는데도 무단결근 처리가 돼 징벌성 업무를 강요받았다면, 부당 인사처분으로 볼 수 있다"며 "근로기준법상 정당성 없는 징벌 행위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무단결근 처리로 해당 직원이 피해를 입었다고 느낀다면 노동위원회에 신고해볼 수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와 관련해 코레일관광개발은 "사실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무단결근 처리를 한 관계자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취재에 응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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