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새 한은 총재 "통화정책, 신뢰 얻어야 실현가능"

취임식서 '시장과의 소통' 강조... '김중수식 지우기' 엿보여

등록 2014.04.01 09:29수정 2014.04.0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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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취임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시장과의 소통을 통해 중앙은행 정책 효과를 높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은의 금융안정 역할 강화를 위한 진지한 논의도 촉구하고 나섰다.

이주열 총재는 1일 오전 한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통화정책의 핵심은 경제주체의 기대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 있으며 이는 중앙은행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만 실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정책 운용과 효율적인 소통을 통해 정책 효과를 제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물가안정뿐 아니라 성장과 금융안정도 추구해야"

이주열 총재가 말하는 '통화 정책의 신뢰성'이란 정부 당국이 대외적으로 발표한 정책방향이나 계획을 그대로 행동에 옮길 것이라고 각 경제주체들이 믿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올해 1~2월 <매일경제 프리미엄>에 기고했던 글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신뢰'와 그 정책적 효과에 대해 소상히 설명한 바 있다.

현재 한국은행이 채택하고 있는 통화정책운용체계는 물가안정목표제이다. 이는 중앙은행이 달성하고자 하는 물가 목표를 공표함으로써 국민들에게 경제행위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만약 한은이 국민들에게서 신뢰를 얻는다면 국민들이 임금협상이나 음식값 등을 결정할 때 한은이 발표하는 물가목표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게 될 것이라는 게 이 총재의 생각이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의 신뢰 확보와 함께 역할 확장도 강조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면서 "경제활동 인구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데다 사업전망의 불확실성, 규제 등으로 인해 기업 투자가 부진하여 성장잠재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규모 있는 성장의 지속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나누어지지 않아 산업간, 기업간, 개인간 소득과 부의 격차가 벌어져 있다"면서 "과다한 가계부채는 민간소비를 제약하여 성장에 부담을 주고 있을 뿐 아니라 거시경제정책 운용의 폭을 좁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들어 잠재성장률의 추세적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성장이나 고용에도 통화정책의 중점이 두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관심을 끌고 있다"면서 "한은의 역할과 책무가 재정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한은의 주 목표가 물가안정이었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넓은 역할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현행 통화정책 운영체계가 물가안정뿐 아니라 금융안정과 성장 또한 추구해야 한다"며 "새로운 요구를 (달성하기 위해) 정책 목표나 정책수단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임 총재였던 '김중수 지우기'의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 총재는 "현행 경영관리 시스템이나 업무수행 방식의 효율성을 전면 재점검하겠다"면서 "다양한 개혁조치 가운데 긍정적인 면은 발전시켜나가되 도입 취지와 달리 업무 능률을 떨어뜨리는 등 부작용을 드러낸 조치가 있다면 조속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장 변화 가능성이 높은 것은 인사 부문이다. 이 총재는 내정자 시절 국회 청문회에서 김중수 전 총재의 인사 원칙에 객관성이 없었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김 전 총재가 재임기간 동안 연공서열을 파괴하는 파격적인 발탁 인사를 단행한 점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이 총재는 이날 "인사와 관련해서는 오랜기간 쌓아온 실적과 평판이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이라고 밝혔다.  
#한은 #한국은행 #김중수 #이주열 #금융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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