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나르 차밭
최오균
거지가 없는 풍요로운 땅 남인도
인도를 여행을 하면 할수록 점점 의문 속으로 빠져들어 갑니다.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이 인도인가 봅니다. 인도를 열 두 번이나 여행을 했다는 어느 여행자가 "인도는 여행을 할수록 알 수 없는 나라예요"라고 했던 말이 상기됩니다. 그러니 내가 몇 번의 인도여행으로 인도에 대하여 글을 쓴다는 자체가 모순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나는 느끼는 감성대로 감히 인도에 대한 여행기를 쓰고 있습니다. 이곳 남인도 께랄라 주를 여행하면서 나는 인도에 대한 또 다른 발견을 하게 되었습니다. 북인도는 어느 여행지를 가나 거리에는 거지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길바닥에, 기차역에, 관광지에... 그래서 인도는 "거지가 많고, 더럽고, 시끄럽다"라고 각인이 되어 있었는데, 이곳 께랄라 주에서는 "1달라"하고 손을 내미는 거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께랄라 주는 인도 서쪽 아라비아 해안을 따라 약 590km에 걸쳐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고, 너비가 좁게는 11km에서 120km로 비좁아 마치 남미의 칠레와 같은 지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열대 몬순 기후를 가지고 있는 이 지역은 풍부한 해산물과 연간 4모작까지 가능한 쌀농사, 그리고 문나르 지역의 맛좋은 차 생산 등으로 인도에서 가장 풍요로운 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께랄라 주에는 거지를 볼 수 없습니다.
해발 2000m 서고츠 산맥에서 만난 오색조버스는 서고츠 산맥의 가파른 비탈길을 헉헉대며 올라가다가 그만 멈추어 서고 말더군요. 다소 불길한 예감이 들기도 합니다. 샌딥의 말로는 버스의 엔진이 너무 달구어져서 엔진을 좀 식혀야 하기 때문에 부득이 잠시 쉬어 가야 한다고 합니다. 글쎄요. 그 잠시가 얼마나 긴 시간이 될지 알 수가 없습니다.
고개턱에는 파라솔을 펴고 리어카위에서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팔고 있는 노점상이 있군요. 아마 많은 자동차들이 서고츠 산맥을 오르다가 이 고갯마루에서 쉬어 가는 모양입니다. 버스가 멈춰서 엔진을 식히는 동안 나는 서고츠 산맥의 웅장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사진을 찍던 카메라 앵글에 아주 아름다운 새가 잡혔습니다. 온통 푸른 색깔을 가진 아름다운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