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은 금융안정 기능, 영국처럼 강화해야"

4년 임기 마치고 31일 이임... "소통? 시장에 끌려다녀선 안된다"

등록 2014.03.31 16:05수정 2014.03.31 16:05
0
원고료로 응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임기를 마치면서 한은의 금융안정 역할이 더 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한 후임 '이주열 총재표' 한은에는 "시장에 끌려다녀선 안된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김 총재는 31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퇴임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늘 강연의 내용은 개인의 의견이며 향후 한은의 정책 방향을 나타낸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고 전제하면서 재임기간 자신에게 쏟아졌던 비판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한국 선진경제 진입 여부는 금융 선진화에 달려있어"

김 총재는 이날 강연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마무리되는 전환점에 임무를 마치게 되어 다행스럽다"고 자평했다. 2012년 연말대비 성장률이 2013년에 3%대 중반수준으로 거의 잠재성장률 수준에 근접해있는 국내 상황을 지적한 것.

이어 주식, 채권, 경상수지 및 환율 등의 변수로 대표되는 국내 및 국제금융시장이 가장 안정되어 있는 상태라는 점도 거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는 사이 한국이 다른 신흥경제권과 차별화되는 성과를 거뒀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후의 과제로는 한은의 금융안정 역할 강화를 꼽았다. 김 총재는 "금융위기 이후 많은 중앙은행들이 물가안정과 더불어 금융안정의 책무도 맡게 됐다"면서 "우리나라가 선진경제로 진입할 것인지의 여부가 금융의 선진화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지난 26일 열렸던 한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은 보다 구체적인 방법과 지향점까지 담았다.


그는 우선 미국의 미국의 FSOC(Financial Stability Oversight Council, 금융안정감시위원회)와 같은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FSOC는 미 재무부 위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증권거래위원회(SEX) 등 10명의 감독기관장으로 구성되는 금융 감독기구다.

김 총재는 "그렇게 하면 중앙은행의 금융안정에 대한 책무가 조금 더 실질적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한은의 금융안정 기능이 확대되면 영국처럼 MPC(Monetary Policy Committee, 통화정책위원회)와 FPC(Finacial Policy Committee 금융정책위원회)를 분리하여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도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은행이 시장에 끌려다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한 후임 이주열 총재에게는 "중앙은행이 시장에 끌려다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우려섞인 당부를 보냈다. 다음달 1일부터 취임하는 이주열 총재 내정자는 지난 19일 열렸던 인사청문회에서 한은의 지난 2012년 5월 금리인하 결정을 거론하며 '한은의 시장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당시 시장에서는 한은이 정부의 추가경정 효과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 4월에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한은은 4월에는 금리를 동결하고 한달 뒤인 5월에 인하했다. 김중수 총재에 대한 평가에 '금리결정 시기를 놓쳤다'는 꼬리표가 따라붙는 이유다.

김 총재는 이날 강연에서 "글로벌 유동성이 급격히 증가된 시장에는 투기성 자본이 방향성 투자를 통해 이득을 보고자 하는 행태가 항시 잠복해 있다"고 지적했다. 국고채 3년물 장기금리와 단기금리가 역전된 채 장시간 지속되며 시장의 교란요인으로 작용했던 지난해 4월 한국도 결국 이같은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김 총재는 "시장의 안정이 염려되는 시점에서는 중앙은행이 시장을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입장이 다른 것을 소통이라는 이름으로 중앙은행을 흔들고자 하는 시도에 이끌려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초 시장 참여자와 중앙은행은 금리를 바라보는 입장 자체가 다르다는 얘기다.

그는 강연을 마치며 한은 내부 직원들의 역량 강화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김 총재는 "중앙은행은 시장의 변화를 분석·연구할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면서 "세계적 명성의 선진일류기업은 직원의 10%가 항시 교육훈련을 받고 있고 한은은 그 반(5%)이라도 목표로 삼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한은 #김중수 #금융안정 #퇴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4. 4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5. 5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