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사진을 좋아하며, 사진으로 돈을 벌기도 한다.
김성민씨 제공
- 병역거부는 권리만 주장하면서 의무는 지키려 하지 않는 것 아닌가."나는 한국에 살면서 다양한 권리를 가지고 있고 또 의무도 있다. 군대의 경우엔 그 권리와 의무가 충돌한다. 나는 이 의무가 무조건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것인지, 누구를 위한 의무인지 고민해왔다. 이러한 질문이 없다면 많은 것들이 의무라는 이유로 강제되어 쉽게 국가폭력이나 전체주의로 기울 수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어떠한 이유로 병역거부권을 지켜주지 못하는지 몇 년간 세심히 지켜봤지만 납득할 수 없었다. 의무가 부당하지 않은지, 대안은 없는지 질문해야 한다. 병역거부권은 세계적으로 가장 핵심적인 권리 중 하나이다. 이런 권리를 지켜주지 못하는 나라가 어떤 권리로 국민에게 의무를 요구할 수 있을까."
- 권리와 의무를 분리시켜 생각하자는 건가.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다고 해서 권리가 배제되는 것은 병역거부자뿐 아니라 여성이나 장애인의 권리를 배제하는 효과를 낳는다. 얼마 전 함익병씨가 한 '여자는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았으니 권리도 3/4만 행사해야 한다'는 발언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의무를 다해야 권리가 주어진다는 것에서 벗어나야만 한국사회에서 자유와 평등에 대해 더 깊게 성찰을 할 수 있다.
이제 의무로 강제하는 시대는 지났고, 보다 합리적이고 협력적인 논의를 하며 국가와 시민,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살펴야 한다. 내가 받아왔던 것은 추상적인 국가로부터 받은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사람들로부터 받은 것이다. 병역거부를 하면서 평화를 이야기하거나 사회에 대한 복무를 요구하는 것이 오히려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그런 질문은 사회를 맥락 없이 단순하게 볼 위험이 있다. 전쟁이 막상 일어나면 개인이 전쟁을 비판하고 안하고는 크게 의미가 없다. 물론 개인의 선택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 전쟁의 연결고리들을 미리 차단하는 게 더 중요하다. 전쟁을 막을 수 있도록 지금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해나가자는 것 이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지금 여기'의 고민이라고 보진 않는다."
아시아를 여행하며 네트워크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 작년에 1년 동안 여행을 갔던데 감옥에 가기 전에 정리하는 시간이었나."그렇다고 볼 수 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200만 원을 모았는데 그 돈으로 여행이나 갈까 생각했다. 이제껏 활동하면서 알게 된 문제를 직접 가서 만나보고 엮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무기제로(무기산업으로 이익을 얻는 전쟁수혜자들을 감시하는 시민단체)' 활동할 때 확산탄(cluster bomb) 관련해서 캄보디아 활동가들이 왔었는데 거기를 가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국제앰네스티가 다음 캠페인으로 캄보디아의 강제퇴거 문제를 다룬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인도의 포스코 문제와 네팔의 이주노동자 문제까지 몇 가지 관심주제를 잡고 여행을 갔다."
-사람들이 하는 일반적인 여행과는 다른데. "알고 있던 지식과 여행의 경험들을 이어지게 하고 싶었다. 내가 주로 한 게 인권 활동과 평화 활동인데 둘 다 국경을 넘어야 가능하다고 느꼈다. 여행은 아시아의 경계를 넘으며 살아가는 한국인과 현지인들을 만나 볼 기회였다. 네팔에 가서 한국어학원 선생도 해보고, 한국에서 살다 온 이주노동자들을 만나 인터뷰도 했다. 캄보디아에서는 강제철거지역 영상을 찍어 국제앰네스티에 보냈다. 인도에서는 포스코 반대 활동가들을 만나 글을 썼다. 우연히 한 방송국 다큐멘터리의 현지 코디네이터로 일하기도 하며 원래 6개월 계획했던 여행이 1년이 되었다."
- 출소 후에는 어떤 일을 하고 싶나. "일단은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이나 역사학을 공부하고 싶기도 하고, 관련된 시민단체 활동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그 후에 여행을 하면서 사는 걸 생각하고 있다. 작년의 인도, 동남아 여행이 그런 삶을 실험해보는 측면도 있었다. 무슨 일을 하든지 관심사는 분명하다. 서로 다른 문화와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다. 아시아의 갈등지역과 분쟁지역을 돌아다니며 그곳의 소식을 한국에 전하고, 네트워크를 만드는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감옥에 갔다 오면 생각이 많이 바뀌니까 계획을 많이 세워놓지 말라고들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스스로 평범하다고 생각지 않고, 특별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병역거부를 해야 한다거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병역거부를 할 수 있었던 건 여러 상황들이 충족되었기 때문이다. 인권, 평화운동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며 영향을 받았다. 나도 또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게 된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