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 4,5시면 열리는 부지런한 순천댁들의 역전 시장.
김종성
동천변에 있는 역전시장은 이름처럼 기차역인 순천역 앞에 자리한 시장이다. 순천엔 아랫장, 웃장이라는 정다운 이름의 오일장이 있는데 일정이 안 맞아 오일장 날짜에 맞춰 가질 못했다. 아쉬웠던 내 마음을 풀어준 곳이 뜻밖에 알게 된 역전시장이다. 하룻밤 묵었던 순천역 앞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장 아저씨가 알려준 이 시장은 매일 아침 4, 5시면 문을 여는 흥미로운 새벽시장이다.
지난 28일 찾은 시장 상가는 물론 직접 재배하고 캐온 채소, 나물 등을 가지고 나온 부지런한 순천댁 들이 펼쳐 보이는 난전이 보기만 해도 풍성하다. 각종 물고기, 해산물이 나와 있는 수산물 골목도 이어진다. 순천 역전시장은 남으로는 남해를 서로는 서해를 끼고 있는 전라남도 수산물의 집합장소다.
떡집에서 갓 만든 따끈한 떡으로 이른 아침밥을 대신하고 후식으로 새콤달콤한 딸기를 사먹었다. 새부리 모양으로 생겨서 언제 봐도 신기한 새조개, 남도의 시장에서만 흔한 갑오징어, 꼬막, 서대회 등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는 것들이 많은 새벽시장. 아낙네들이 모여 앉아 마시는 커피 믹스의 진한 향 또한 절로 고개를 돌려 쳐다보게 한다.
웃는 인상의 어느 아주머니에게 "어머니, 혹시 주변에 커피 자판기가 있나요?" 물어보니 내 말이 재미있었는지 웃으시며 마시고 가라며 커피믹스 한 봉지와 종이컵을 건네 주셨다. 평소 같으면 한창 잠에 빠졌을 시간, 새벽시장에서 마시는 커피 믹스 맛은 참 특별하다. 더불어 들려오는 순천 할머니들의 질박한 남도 사투리에 웃음 짓게 된다. 새벽시장의 역사를 물어보니 순천댁의 나이와 경륜에 따라 30년 전통에서 50년 전통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