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활동가 8명이 2012년 8월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벌금형을 거부하고 자진구속을 결의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자진 노역을 위해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이주영
무더위가 한창이던 2012년 8월, 중증장애인 활동가 8명이 노역신청을 하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두했다. 이들은 장애등급제 폐지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각각 30~12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자진 노역형을 선택한 활동가들은 벌금을 갚을 형편이 안 돼 노역을 택하게 됐다고 이 자리에서 털어놨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장애인들이 정부에서 받는 생활비는 1인당 평균 40~50만 원. 이 돈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장애인 활동가에게는 30~120만 원의 벌금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당시 한 장애인 활동가는 "정부는 기초생활수급비로 월 43만 원 받는 내게 벌금 80만 원을 선고했다"며 "나는 어디 가서 5만 원도 못 벌어 온다, 차라리 노역을 살아 벌금을 물고 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허재호 '황제출소' 하는데... 장애인은 활동보조인조차 내부로 못 불러와허 전 회장과 이들은 출소 방식도 달랐다. '황제노역' 논란으로 노역 중단 조치를 받은 허 전 회장은 승용차를 광주교도소 안까지 불러와 몰래 빠져나갔다. 보통은 노역유치자가 걸어서 교도소 정문까지 나간 다음에 가족을 만나 귀가한다. '황제노역'에 이어 '황제출소' 논란이 불거진 이유다.
반면, 자진 노역형을 마친 장애인 활동가들은 몸이 불편한데도 불구하고 정문까지 나온 다음에서야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귀가했다고 한다. 박 대표는 "활동가들이 중증장애인이라 활동보조인의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교도소에 들어갈 때는 활동보조인 도움을 받게 해줬는데, 출소할 때는 그렇게 안 해줬다"고 전했다.
노역형을 앞둔 박 대표는 기자와 통화하는 도중 "어유…"라면서 한숨 섞인 말을 여러 차례 내뱉었다. 그에게 이유를 물었다.
"장애인 인권 활동가들에게는 벌금형이 일종의 '탄압'입니다. 남들한테는 적은 액수일지 모르지만, 소득활동이 거의 없는 저희 입장에서는 큰돈이거든요. 그럼에도 어떻게든 노역을 살면서라도 인권운동을 이어가고 있거든요? 그런데 누구는 그런 노역이 형 마치려고 하는 가벼운 수단인 것 같아요. 뭐랄까…. 부당하네요. 같은 사람인데 말이죠."인터뷰를 마무리하기 전, "하고 싶은 말이 없냐"고 그에게 물었다. 박 대표가 우스갯소리로 답했다.
"저도 가서 일당 좀 올려달라고 하려고요. 과연 될까요(웃음)?"대법원 '벌금 대신 노역' 기준 설정... 황제노역 퇴출한편 '일당 5억 원 황제노역' 논란으로 국민적 비난 여론에 휩싸였던 법원이 뒤늦게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대법원은 28일 전국 수석부장판사 회의를 열고 1억원 이상의 고액 벌금형을 선고하는 경우 벌금을 못 내더라도 노역을 하는 기간의 하한선을 정해 터무니없는 고액 일당이 부과되지 않도록 하는 등 개선 방안을 내놨다.
대법원에서 마련한 제도 개선안에 원칙적으로 벌금 1억원 미만이 선고되는 사건은 노역 일당, 즉 환형유치 금액이 10만원이 된다. 환형유치는 벌금을 내지 못하면 그 대신에 교정시설에서 노역을 하는 제도다.
특히 벌금 1억원 이상 선고되는 사건은 노역 일당이 벌금액의 1천분의 1을 기준으로 설정된다.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허 전 회장은 일당 2540만원을 넘을 수 없게 된다. 대법원은 법원행정처와 각급 법원을 중심으로 후속 논의를 거쳐 조만간 세부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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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 회장은 '황제노역', 장애인활동가는 '몸빵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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