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국문과 4학년에 재학중인 표석씨는 학과 통폐합에 반대해 시위하다 유기정학을 받았다. 그 때문에 졸업할 때까지 대학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
박선희
"학교를 열심히 다녔다는 증거지."'성적장학금이 대학생에게 어떤 의미냐'는 물음에 한 친구는 이렇게 답했다.
등록금이 부담되지 않는 학생이라도 장학금으로 '잘하고 있다'는 응원과 격려를 받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이런 장학금을 '당신에게는 절대 줄 수 없다'고 통보받는다면 어떨까?
중앙대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인 표석(4학년. 25)씨에게 실제 그런 일이 벌어졌다. 표씨는 성적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우수한 성적을 받았지만, 장학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됐다. 4년 전 대학 당국의 학과 구조조정에 반발하다 징계를 받은 것이 원인이었다.
지난 17일 중앙대학교의 민주주의를 염려하는 학생들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중앙대 정문에서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단체와 중앙대 청소노동자, 금속노조 등은 성금을 모아 표씨에게 명예장학금도 수여했다.
26일 서울 흑석동 중앙대 근처에서 그를 만났다.
너 징계받았어? 그럼 장학금 꿈도 꾸지 마 "'4년 전 일이 주홍글씨처럼 낙인 찍혀 있구나, 배제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2013년 2학기 표씨는 평점 4.5점 만점에 4.21점을 받았다. 해당 학기 국문과 4학년 성적 장학금 커트라인은 4.1점. 성적대로라면 표씨는 장학금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홈페이지에 공지된 장학금 대상자 목록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행정 담당자는 표씨가 징계를 받은 탓에 '장학금 지급 제한 대상'이라고 일러줬다. 4년 전, 표씨는 한강대교에 올라 '대학은 기업이 아니다. 기업식 구조조정 반대'라고 쓴 현수막을 들었다. 중앙대는 그의 시위가 대학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유기정학 처분을 내렸다.
공교롭게도 2년 뒤, 중앙대는 장학금 지급 제한 대상에 '학칙 또는 관련 규정에 의해 징계를 받은 자'를 포함하도록 학칙을 개정했다. 적용되는 징계수준이나 기간은 따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징계를 받는 순간부터 졸업을 할 때까지 대학 당국이 지급하는 장학금은 전부 받을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표씨와 함께 한강대교에 올랐던 김아무개(무기정학 처분. 철학과. 25)씨와 같은 날 학교 공사장에 있던 타워크레인에 오른 노영수(퇴학 후 재판 통해 무기정학으로 처분 변경. 독어독문학과)씨에게도 장학금 지급이 중단됐다. 특히 이 둘은 2012년 1학기에 지급받은 복지장학금(김아무개씨)과 국가장학금 2유형(노영수씨)을 환수하겠다는 통보까지 받았다.
"징계받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있어요. 사회에서 정치범에게도 선거권이나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것과 비슷한 일이죠. 문제는 한 번 벌을 받았다고 해서 계속 벌 받아 마땅한 사람으로 치부해 버린다는 거예요. 기간에 한정을 안 두니까. 징계 수준도 감안해 주지 않죠. 근신 1주일을 받든, 정학 1개월을 받든, 똑같이 장학금을 못 받게 되잖아요."실제 많은 대학들이 징계받은 학생에게 장학금 지급을 제한하는 단서 조항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중처벌이 되지 않도록 기간과 해당 징계수준을 명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연세대는 장학금지급규정 8조에 따라 '유기정학 이상의 징계를 받은 학생에게 당해학기에 한해' 장학금 신청을 불허하고 있다. 중앙대의 규정에는 이런 제한조건이 없다.
연덕원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이 같은 장학금 제한 규정은 학생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라며 "특히 학교를 비판하다 징계를 받은 경우에는 징계사유가 명확하지 않을 수 있고, 학교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지 말라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0년 그는 왜 한강대교에 올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