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태를 살피는 화부만일 불이 꺼져버리는 오늘밤은 조금 춥게 자야 한다. 그래서 불 상태를 꼼꼼이 살피는 것이 화부 일의 핵심 중 하나이다.
이진순
물론, 우리 몸을 움직여 우리의 욕구를 해결해내야 하는 과정은 교사들을 포함한 다수의 우리들에겐 꽤 어려운 과정임이 틀림없다. 아직 익숙하지 않을 때는, 나름대로 한다고 하는데도 불이 제대로 안 붙어 추운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도 한다. 또 어제 추웠다는 친구의 말에 여린(?) 화부는 마음에 상처를 받아 이제 화부 생활 그만두겠다며 삐치기도 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따뜻한 하룻밤이 그저 당연히 또는 자동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권리가 아님을 알게 된다. 그리고 나름대로 애썼을 친구가 상처받지 않게 말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도 한다. 단추 하나로 가능한 손쉬운 상황이었다면 그런 갈등은 있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해 고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또, 내가 누리는 많은 것들이 눈에 보이는, 그리고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의 결과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나에게는 '죄스러운 편안함'에서 조금은 벗어난 자유의 느낌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내 삶의 중요한 기반일 수밖에 없는 게 에너지라면, 당장의 이익에 미쳐 자연을 미친 듯이 파헤친 대가로 얻어진 에너지, 또는 인류사회뿐만 아니라 이 지구 공동체 전체의 존속을 위협하는 에너지는 가능한 피하고 싶었다.
평화적이기까지는 못하더라도 덜 파괴적이고 덜 폭력적인 에너지에 대해 고민하고 싶었고, 가능한 만큼 실천하고 싶었다. 이런 바람이 그저 나 혼자의 바람에서 멈췄더라면, 바람만 있지 능력은 없는 나는 그것을 실현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저 현실을 답답해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은학교라는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다 보니 이런저런 능력과 열정이 되는 사람들 덕택에 조금씩 그런 바람을 실현하며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많이 고맙다. 주변의 여러 사람들이. 특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니 비가 오고 눈이 올수록 더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불 때는 일을 해내야 하는, 그리고 해내고 있는 우리의 화부들에게 감사의 마음이 크다.
삶의 기본을 평화롭게 가꾸어가기 위한 길걷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