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과감한 규제개혁? "사이버대학, 규제의 지뢰밭"

'대학 구조 개혁과 사이버대학의 미래 방향' 국회 간담회 열려

등록 2014.03.27 10:32수정 2014.03.2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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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대학 구조개혁과 사이버대학의 미래 방향'을 주제로 전문가 간담회가 열렸다
26일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대학 구조개혁과 사이버대학의 미래 방향'을 주제로 전문가 간담회가 열렸다 서울디지털대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규제 개혁을 강조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7시간 동안이나 끝장 토론을 벌이면서 '규제 개혁은 암덩어리 들어내듯 과감히 하라'고 독려하고 있으나 사이버 대학은 아직까지 규제의 지뢰밭에 놓여 있는 게 현실입니다." (오봉옥 서울디지털대학교 부총장)

박근혜 정부 들어 대학 구조조정에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리면서 그 여파가 사이버대학에도 미치고 있는 가운데,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사이버대학에 대한 정부의 인식 전환과 규제 완화 등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26일 오후 3시부터 약 2시간 40분 동안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대학 구조개혁과 사이버대학의 미래 방향'을 주제로 전문가 간담회가 열렸다. 사단법인 한국원격대학협의회가 주관하고 강은희 의원(새누리당)이 주최한 이날 간담회에는 정부 관계자와 사이버대학 '당사자'들이 마주앉았다. 사이버대학이 생긴 이후 공개적인 공청회 형태로는 처음 있는 일로, 최근 사이버대학들의 위기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사이버대학 '구조조정'... "규제 줄이고 지원 늘려야"

위기의식의 배경은 이러하다. 작년 11월 감사원이 '사이버대학 등 특수대학 운영 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원격대학들의 재정 건전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에 교육인적자원부는 사이버대학 운영 수익 총액 50% 이상에 해당하는 가액을 수익용 재산으로 확보하고, 그 총액 3.5% 이상의 연간 소득을 발생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서는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 유예기간이 도래했으나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 미 확보 기준에 해당하는 입학정원 모집 정지 또는 정원 감축"을 예고하고 있다. 사이버대학 전임 교원 확보 기준 역시 현행 학생수 200명당 1명에서 100명당 1명으로 강화하고, 시간제 등록생 모집 정원도 편제정원 50%에서 입학정원 10%로 제한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서 사이버대학 관계자들은 사이버대학 고유의 특성을 외면한 비현실적인 정책일뿐 아니라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규제 강화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사나운 발제를 맡았다"고 말한 오봉옥 서울디지털대학교 부총장은 "교육부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사이버대가 언급조차 되지 않은 현실을 감안할 때, 사이버대는 정책의 사각 지대에 놓여 있다"면서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교육부는 규제는 대폭 줄이고 지원은 늘려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이버대학 담당 공무원 3명 뿐... 왜 우리한테만 엄격한가?


먼저 오 부총장은 정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 예로 오 부총장은 올해 특성화사업 예산지원 현황을 예로 들며 "수도권 대학은 556억 원, 지방대학 2301억 원, 전문대학 2696억 원, 대학평생교육 활성화에 265억 원이지만, 사이버대학 경우는 겨우 11억7천만 원에 불과하다"며 "21개 대학, 10만 명이 넘는 학생 수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오 부총장은 관련 정부 조직도 매우 미비하다고 지목했다. 그는 "교육부 교육정보통계국 산하 이러닝과에서 사이버대학을 담당하고 있는데 그 인원이 사무관 1명, 주무관 2명에 불과하다"며 "게다가 잦은 인사 이동으로 사이버대학을 이해할 만 하면 떠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이러닝과 평균 근무 개월 수는 각각 국장 14개월, 과장 12개월, 사무관 6.8개월, 주무관 8.2개월이었다.

이어 오 부총장은 "그럼에도 오히려 정부는 규제 강화로 전체 사이버대 목을 죄고 있다"며 최근 정부 정책을 잇따라 비판의 도마에 올렸다. 우선 그는 "사이버대학 운영 수익 총액 50% 이상을 수익용 재산으로 확보할 것과 3.5% 이상 연간 소득을 발생시키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요구"라고 지적했다. "예금성 재산일 경우 현재 금리 수준을 감안할 때 3.5% 수익률 달성은 매우 어려우며, 부동산 형태 재산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 정원 감축을 예고한 법안에 대해서는 "시행령 시행일 이전 설립된 사이버대학들에 이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소급입법 금지 원칙에 반하여 위헌 소지가 있다"며 "오프라인 대학 경우는 1996년 관련 규정을 적용하면서 이와 같은 의무를 면제해 준 바 있기 때문에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왜 우리한테만 엄격하게 적용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사이버대학 전임 교원 확보 기준을 현행 학생수 200명당 1명에서 100명당 1명으로 강화하는 정부 계획에 대해서는 "일반 대학 기준을 사이버대학과 비교해 적용해서는 안 된다. 방통대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가 1200명인 점을 감안하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면서 "일시에 교원 확보율을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등록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사이버대학을 오프라인 대학 경쟁 상대로 보지 말아야"

다른 간담회 주제 발표자들도 사이버대학에 대한 정부 차원의 인식 전환을 요구했다. 윤병국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는 "현재 사이버대학은 해외 온라인 교육기관의 공습으로부터 우리 교육을 지키는 첨병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사이버대학을 오프라인 대학의 경쟁 상대로 보는 인식을 벗어나 미래 교육 대안으로 생각해달라"고 주문했다.

김영철 사단법인 한국원격대학협의회 사무국장은 "사이버대학이 양적으로 성장한 만큼, 교육의 질 관리를 위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과거 평생교육시설 운영할 때와 같은 관 주도의 업무처리 형태 개선, 교육부 내 사이버대학에 대한 인식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사자로' 간담회에 참석한 김우정 교육인적자원부 교육정보통계국 이러닝과 과장은 "이번 정부의 평생 직업교육 포커스는 현장에 맞는 인재 양성"이라면서 "그래서 국가직무능력표준(NCS)를 산업계 맞춤형으로 개편한 것이며, 이것이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이란 말로 사이버대학도 구조 조정의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뜻을 시사했다.

또한 김 과장은 "교육부 관리 감독의 핵심은 교육의 질을 제고하는 것"이라는 말로 사이버대학의 시간제 등록생 선발 규모 축소나, 교수 1인당 학생 수 감축 조치 등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정성평가 강화에 대해서도 김 과장은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대학에 한 해 설립을 인가하려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좌담을 주관한 강은희 의원은 "이미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명문대를 중심으로 온라인 공개 강좌 및 학점·학위 취득과정이 확산되고 있으며, 원격 교육을 통해 개방·공유·협력·소통의 가치를 담은 '교육 3.0' 시대를 열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변화 시기에 국내 사이버 대학이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창조적인 성장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제도 개선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인사말로 정부 입장과는 일정한 차이를 드러냈다.
#사이버대학 #강은희 #오봉옥 #이러닝 #N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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