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동산 중개소 유리창에 아파트 매물과 가격 정보가 게시되어 있다.
김동환
그 모습을 우리가 꼭 빼 닮아가고 있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의 상황은 일본의 1990년대 상황보다 심각하면 심각했지 낫다고는 할 수 없다. 저자는 문제 인식과 근본적인 문제해결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일본의 20년 장기불황보다 더 어두운 시절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저자는 일본 이외에도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이탈리아와 그리스, 현재의 브라질, 스페인이 처한 경기침체의 악순환 구조를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그 반대의 사례로 독일, 스웨덴의 선순환 구조의 특징도 자세히 그려준다. 그리고 우리의 모습과 비교 분석해 봄으로써 정확히 우리가 서 있는 현주소를 알려준다.
우리의 상황이 어쩌다 이렇게 치달았는가? 일본을 답습한 건설경기 활성화 정책도 문제이지만 정치인들의 기득권 챙기기 문제와 베이비부머세대의 기형적인 재산 형태인 부동산 문제 또한 거론한다. 모든 세율정책은 기득권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한국의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세금은 간접세(부가가치세)이고 이는 자산이 많든 적든 똑같은 세율을 내야 한다. 또한, 자산에 대한 과세는 취득세나 양도세 같은 거래세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부동산을 가진 자보다 이제 얻으려고 하는 젊은 세대에게 큰 부담을 준다. 게다가 주식투자로 돈을 벌면 일부 대주주를 제외하고는 그 차익에 대해 면세 해택을 준다.
요즘 시기에 청년이 무슨 돈이 있어서 주식을 사고팔겠는가. 반대로 프랑스는 재산이 늘어나면 세율도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이는 비효율적으로 방치되기 쉬운 부유층의 자산을 다시 시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계산이다.
베이비부머들의 순 자산에서 부동산이 92%를 차지한다. 정말 기형적인 형태이다. 이는 부동산 불패 신화를 의심 않고 믿어온 한국 기성세대의 특징이다. 부동산으로 자신이 부자가 될 것을 꿈꾸며 모든 돈을 투자해 왔기 때문에 부동산값의 하락은 세상이 무너져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종말보다 더 한 종말인 것이다. 이에 베이비부머세대의 표심으로 당선된 정부는 단기적으로나마 베이비부머세대를 안심시킬 수 있는 부동산 부양책을 쏟아낸다.
청년들에게 대출 금리를 낮춰주겠다고 빚을 지고 집을 사라고 부추긴다. 이러한 인위적인 부양책이 근본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음은 물론이고 청년들을 평생 하우스푸어 신세로 전락시키고 말 것이다. 게다가 베이비부머세대는 아직도 오를 것이라 굳게 믿고 있는 부동산을 팔지 못하니 금융자산도 없을 것이고, 경기침체로 취직이 되지 않는 자식들까지 딸려 있다.
은퇴하고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벌 수 있는 생활비 몇 푼이 3억 이상 부동산을 가진 아버지들의 단비가 된 것이다. 웃지 못할 부모와 자식 간의 경쟁이 되어 버렸다. 버려진 바나나 꽁다리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달리는 아버지와 아들의 경주. 오늘날 한국의 세대전쟁의 서막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또 다른 문제가 있으니, 국민연금이다. 문제는 이 기금이 굉장히 위험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기금 운용위원회는 굉장히 높은 수익률을 정하고 이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부동산 등 대체투자와 주식투자 비중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고 한다.
거대한 돈이 채권시장에 점진적으로 투자되고 있다. 이는 이후 국민연금이 노후연금으로 대체될 때 커다란 문제가 생긴다고 보고 있다. 베이비부머세대의 노후연금을 주기 위해서 빠르게 팔아 치워야 하는 채권은 마땅한 매수주체가 없으면 채권 가격은 폭락하게 되어 있다. 이를 뻔히 알고 있을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리 대책을 세워두고 한발 빠르게 팔아치우게 되면 그야말로 국민연금 자산은 순식간에 줄어들게 된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보다 훨씬 더 파괴력이 큰 금융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쯤 되면 이러한 한국경제 상황에 질리게 되어 있다. 하지만 저자가 이 글을 쓴 목적은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희망은 있다고 역설한다. 그는 이 문제를 타개하려는 방법으로는 특별한 정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점차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해결의 시작점은 청년복지가 될 것이라 얘기한다.
청년이 살아야 경제가 돈다는 점을 끊임없는 사례와 이야기로 설득한다. 그리고 청년을 위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기득권의 양보가 필요하며 청년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우리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고 정말 청년을 위한 나라를 만들 수 있을까. 저자의 노력과 그 마음에 나도 희망을 걸어본다. 움직이자 청년들이여!
지상 최대의 경제 사기극, 세대전쟁
박종훈 지음,
21세기북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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