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권우성
"안보보수와 시장보수의 이해, 각각 통일과 규제완화로 대변"
김연철 : 이 소장 얘기하신대로 국내정치적 접근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지금 이 정부의 통일담론은 결정적으로 국내 정치 전략으로서 종북 공세와 충돌한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생각하는 통일은 붕괴론과 급변사태에 기반을 둔 것이기 때문에 종북 공세나 색깔론과 충분히 조화를 이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중요한 대목이라고 본다. 박 대통령 논리로 보면, 원래부터 이 두 가지는 한 쌍이다.
유신 때 대통령 선거를 금지하고 통일주체국민회의를 만드는 이유를 두고 통일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총력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내부에서 정부 비판을 해서되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지난 대선처럼 이념공세를 할 것이라고 본다. 통일담론이란 것을 국내 정치적 차원에서 야당이 정부 비판하는 것을 공격하는 명분으로 사용할 것이다.
이철희 : 과거 (노태우 정부의) 6공화국이 북방정책을 할 때도 국내적으로는 공안 통치를 했다. 말이 안 되는 두 개가 같이 묶였는데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본다. 또 하나 박 대통령이 6월 지방선거를 반드시 이기려 한다는, 그런 측면에서도 해석할 수 있다. 보수를 최대한 동원해낼 수 있는 어젠다가 뭘까? 안보라는 개념보다는 통일이 더 긍정적인 이미지이고 폭도 넓다. 햇볕론자들과 대비점도 분명하기 때문에, 통일프레임이 효과가 클 것이다.
저소득층,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도 선물을 줘야 하는데, 당장 소득을 늘려주는 방안이 안 보이면 전체 분위기라도 들썩들썩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대기업하고 손잡고 가는 것 외에는 다른 뭐가 없다. 어설프게 툭툭 던지는 게 아니라 충분히 고민해서 - 그 고민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 이런 포석을 깔고, 규제개혁 토론회를 몇 시간씩 생중계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본다.
대통령은 지난 1년간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로 시달렸던 것을 이번 선거 승리로 완전히 해소·제압하고 가겠다는 열망을 갖는 것 같다. 이를 위해 포인트를 쌓아가는 방식으로 착실하게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6월 지방선거 때까지 이 기조로 갈 것이고, 그 이후에도 안보보수와 시장보수를 한 데 묶어서 가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을 것 같다.
"국내정치적 이용, 남북정권 서로 이해하고 넘어갈 것"사회 :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과 달리 임기도 정해져 있다. 정상회담, 철도연결 등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데 종북몰이를 계속 하면서도 이게 가능할까.
김창수 : 큰 틀에서 봐야 한다. 통혁당 사건이나 인혁당 사건이 있었음에도 7·4공동성명이 진행됐던 것은 남북 간에 다른 이해관계가 있었기 때문이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철도도 연결하고, 정상회담도 정례화하고, 노벨평화상도 받아서 통일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도 할아버지가 사상강국, 아버지가 군사강국을 만들었으니 자신은 경제강국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갖고 남한과의 접점을 만들고 있다. 각각 그리는 큰 그림이 있는데, 이 거대한 톱니바퀴가 맞물린다면 그 과정에서 남북 양 정권이 국내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부분은 서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고 본다.
김연철 : 이번에 박 대통령이 독일 드레스덴에서 통일문제에 대한 좀 더 진전된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하는데,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본다. 드레스덴은 동독의 반체제 운동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일단 장소가 갖는 의미가 있다.
두 번째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2000년 베를린 선언과 비교하는데 큰 차이가 있다. 그때는 남북관계가 다 끊어져서 아무 대화 채널이 없는 상태에서 대화 의지가 있다, 정상회담 용의가 있다, 남북관례를 어떻게 풀어가겠다고 얘기한 것인데 지금은 채널이 있고,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 의제들도 많이 나와 있고, 북한과 채널 가동해서 논의를 할 수 있다. 그런데 굳이 밖에서 얘기하는 것은 남북관계 보다는 국내 정치적 효과가 중요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