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장품 매장에서 발견한 얼굴
송준호
'다시 보자 조명발, 속지 말자 화장발'이라는 말이 있다. 조명을 잘 받으면 얼굴이 예뻐 보이고, 메이크업을 하면 실제보다 훨씬 아름다운 얼굴로 보일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다. 하나 더 있다. 20대는 '화장', 30대는 '분장', 40대는 '변장'이란다.
메이크업을 안 한 얼굴은 당연히 '맨얼굴'이다. 요즘에는 그걸 줄여서 '민낯'이라고 한다. 요즘 아이들이 우리말을 적극 쓰는 몇 안 되는 예다. '민낯'의 '민'을 쓰는 다른 용어로는 '민소매'가 있다. '맨'과 '민'은 아무 꾸밈이 없음을 나타내는 일종의 접두사다.
거리에서 '민낯'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심지어는 고등학생 아이들조차 방과 후나 주말에는 하다못해 비비크림이라도 발라야 외출할 마음이 생긴다고 하니 말 다했다. 메이크업을 거의 목숨처럼 여기는 요즘 젊은 여성들에게 이런 노래가 귀에 들리기는 할까.
마음이 비단같이 고와서 정말로 나는 반했네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한번만 마음 주면 변치 않는 여자가 정말 여자지…. 가수 남진이 불러서 히트한 <마음이 고와야지>라는 노래의 일부다.
대번에 항변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마음이 비단같이 고와서 반했다는 남자가 있다고? 요즘 세상에? 하이고, 뻥치시네!"다. 왜 아니겠는가. 남자들도 메이크업하는 세상이니….
마음을 움직이는 건 진정성 있는 얼굴웃는 낯에 침 뱉지 못한다고 했다. '밴댕이 속알머리'의 괴팍스럽게 찡그린 낯에 침 뱉는다. 또 있다. 제 얼굴에 침 뱉는 낯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낯,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는 대신 두 눈을 표독스럽게 치뜨고 적반하장을 일삼는 낯에 침을 뱉는 법이다.
일찍이 링컨 대통령은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살아오는 과정에서 형성된 얼굴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인품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땅에서 정치하는 이들이 새겨들으면 좋을 말이다.
위 사진은 어느 화장품 전문점에서 발견한 것이다. 메이크업에 공을 들여서 '순진한 얼굴'로 만들란다. 이성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 위해서인가. 메이크업만으로 그게 과연 가능할까. 다른 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건 민낯이어도 진정성 있는 얼굴을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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