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압 원리작은 힘(F1)으로 눌러주면, 큰 힘(F2)이 발생하는 유압의 원리. 자동차 브레이크 페달을 살짝 밟아도(F1), 육중한 차량을 정지시킬 수 있는 큰 힘(F2)이 생성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압력의 오묘한 작동 원리는 지렛대와도 비슷하다.
위키피디어 커먼스
작은 주사기를 누를 때는 힘이 별로 들지 않는데도, 큰 주사기 끝에서는 힘이 증강되는 것이다. 유압 장치는 '힘=압력×면적'이라는 자연계의 원리에 따라 작동된다. 똑같은 압력을 가했음에도, 굵은 주사기의 예처럼 단면적이 늘어나면 힘이 커지는 것이다.
자동차 브레이크는 생활 주변에서 유압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몸무게 50kg도 안 되는 여성 운전자가 시속 100km로 달리는 1톤이 넘는 차를 멈추게 하는 건 순전히 유압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레이크 페달에 이어진, 오일이 채워진 작은 관 혹은 호스의 굵기는 엄지 손가락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바퀴 쪽 브레이크 패드에 연결된 호스 부위는 단면적이 훨씬 크게 설계돼 있다.
브레이크 패드와 바퀴의 로터(회전 기계에서 회전하는 부분을 통틀어 이르는 말) 간격은 넓어도 1mm를 넘지 않는다. 브레이크 페달을 5~10센티미터 깊이로 밟아주면 무거운 브레이크 패드가 로터를 압박하면서 바퀴가 돌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브레이크 파열은 대형 자동차 사고의 주범인 경우가 많다. 이때 '파열'은, 대개 오일이 채워진 가느다란 관 혹은 호스에 이상이 생겨 오일이 새는 상황을 말한다.
토목공사의 필수 장비인 굴착기도 유압으로 작동하는 대표적인 중장비이다. 유압장치는 인류에 등장한 지 200년이 넘은 오래된 발명품이다. 하지만, 유압은 여러 과학기술 가운데에서 기술 진보가 가장 더딘 분야 중 하나다.
유압 장치는 인류사를 획기적으로 바꿔 놓았지만, 속성상 앞으로 큰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 '오래된 미래 기술'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유압이 인류에 미친 경제적, 사회적, 기술적 파급효과는 엄청나지만 말이다.
압력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힘 가운데 가장 미묘하면서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한 예로 고기압 저기압이 있어 바람이 불고, 날씨의 변화가 생긴다. 남성들의 정액 사정 속도가 시속 45km에 이르는 것도 근육의 도움을 받아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압력은 인간 생활의 필수 요소인 동시에 자연 현상을 좌지우지하는 숨은 실세다.
(*도움말: 한국기계연구원 정동수 박사,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문병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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