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옥 CBS 보도국장
이영광
일반인들에게 CBS는 종교방송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CBS는 단순한 종교 방송을 넘어 언론이 제역할을 못하던 군부독재 시절 권력에 굴하지 않고 국민 편에서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며 대한민국 민주화에 이바지한 방송사다.
그 때문에 80년 전두환 신군부는 언론 통폐합을 할때 CBS에 종교방송이라는 굴레를 씌워 보도와 광고 기능을 빼앗았다. 기독교가 두려워 차마 CBS를 죽이진 못했으나 스스로 고사하길 바랐던 것 같다. 그러나 CBS는 이에 굴하지 않고 민주화 운동을 하는 기독교 인사를 입을 통해 권력 비판과 견제를 계속했고 87년 민주화 이후 보도와 광고 기능을 회복했다.
이런 역사를 가진 CBS에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바로 보도국장 추천 제도다. 보통 방송사 보도국장은 사장이 임명한다. 그러나 CBS는 노조에서 선거를 통해 2인을 추천하면 사장이 그 중에서 보도국장을 임명하고 2년의 임기가 보장된다.
이 제도에 따라 CBS는 지난 2월 김준옥 선임 기자를 보도국장으로 임명했다. 김 신임 보도국장은 92년 CBS에 입사해 기획조정실장, 보도국 스마트뉴스팀장 등을 두루 거쳤고 노조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지난 20일 목동 CBS에서 김 보도국장를 만나 CBS 보도와 한국 언론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보도국 내 공간 재배치로 임기를 시작했다는 김 보도국장은 "세상 권세에 휘둘리지 않고 세상 풍조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옳은 것은 옳다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하는 가치와 정신을 더욱 고양 발전해 나가면서 뉴미디어 환경에 최적화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잇따라 CBS를 유사 보도로 규정하고 <김현정의 뉴스쇼>를 중징계 한 것에 대해 김 보도국장은 "유사보도 운운하는 사람들은 그들 스스로 전두환 신군부와 궤를 같이 하는 불법 집단임을 자인하는 것일 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런 일들이 계속되며 CBS를 광고로 압박하면 권력에 굴복하지 않겠느냐란 물음에 김 보도국장은 "전두환 신군부가 광고 기능을 완전히 박탈했던 시절에도 꿋꿋하게 이겨내 온 자랑스런 경험이 있다"면서 "광고 압박에 보도를 달리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 단언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 보도국장은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CBS에 부여된 언론사명을 잘 감당하겠다"면서 CBS에 관심과 사랑을 당부했다.
다음은 김 국장과 나눈 일문일답.
"노조 보도국장 추천제, CBS의 자랑스러운 전통"- 보도국장이 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한 달 어떻게 보내셨습니까?"다른 언론사들과 마찬가지로 CBS도 최근 몇 년 동안 뉴미디어 실험을 활발히 해오고 있습니다. 어쩌면 가장 선도적으로 해오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제 어느 정도 안착 단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초기에 다소 두서없이 추진되다 보니 어수선하게 흩어져 있는 모습을 보여온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통합 집적하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느냐가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를 공간적으로 통합 집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돼 부임하자마자 최우선으로 공간 통합, 즉 공간 재배치 작업에 들어가 보도국 내에 뉴미디어 벨트 / 뉴미디어 존을 구축했습니다. 지금은 보도국 구성원들과 함께 보도국 운영 방향, 궁극적으로는 뉴스 콘텐츠 경쟁력 강화 방안 논의를 계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 뉴미디어를 한다고 하셨는데 어쩌면 CBS가 라디오 방송이기 때문에 그 쪽에 더 신경을 쓰는 것 아닌가요?"물론 그런 측면도 있습니다. 우리가 생산하는 콘텐츠가 영향력을 끼치기를 바라는 건 당연한 바람이잖아요? 그런데 CBS는 정부로부터 종합편성 TV를 허가받지 못했기 때문에 영상을 통해서 내보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것이 CBS의 오랜 과제이기도 하고요. 이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미디어 환경이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뉴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콘텐츠를 어떻게 생산 전달할 것이냐 하는 과제도 함께 안고 있는데 이런 흐름에 CBS가 어떻게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갈 것이냐 하는 측면에서도 뉴미디어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겁니다."
- CBS는 다른 방송사와 달리 노조에서 선거로 두 명을 뽑아 보도국장을 추천하는 것으로 압니다. 그만큼 부담감도 있을텐데."CBS의 '보도국장 노조 추천제도'는 CBS 구성원 모두의 공정보도에 대한 의지와 사장의 인사권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CBS만의 독특한, 대한민국 언론사에 유일무이한 참으로 자랑스런 제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로 선출된 전임 보도국장들이 그 역할을 훌륭하게 감당해 온 만큼 저 또한 자랑스런 전통을 잘 살려나가는 보도국장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거룩한 부담감'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 임기 동안 CBS 보도에서 어디에 가장 중점을 둘 생각이십니까?"CBS의 자랑스런 전통과 정신을 어떻게 강화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급변하는 뉴미디어 환경에 어떻게 최적화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데 중점을 둘 것입니다. 그렇다면 CBS의 전통과 정신이 무엇이냐 하는 것일 텐데요. 한마디로 말하면,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를 바탕으로 이 땅의 자유와 정의와 민주와 통일과 평화를 실현해 나가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세상 권세에 휘둘리지 않고 세상 풍조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옳은 것은 옳다고 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하는 것인데요. 그 가치와 정신을 더욱 고양 발전시켜 나가면서 뉴미디어 환경에 최적화시켜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CBS가 중소방송인데도 강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규모나 재정 측면에서 보면 CBS가 상대적으로 작은 방송인 것은 맞지만 가장 큰 강점은 이 세상을 창조한 하나님이 CBS의 배경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육안으로 보기에는 작은 방송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가장 강력하고 강한 방송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 현재 CBS 보도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CBS보다 규모가 크고 재정이 탄탄한 회사들에 비해 많은 것을 다루지 못하고, 또 투박한 면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CBS 정신과 노컷 정신에 입각해 사실 보도, 진실 보도에 충실하려고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면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CBS 보도국장으로서 CBS 보도에 대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지난 60년 동안 CBS가 단 한 차례도 세상 권세에 휘둘린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대한민국 언론사 가운데 그 앞에 '친여'니 '친야'니 하는 수식어가 붙지 않고, 정직한 보도를 해 온 유일한 언론사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다소 딱딱하다는 평도 듣고 있는데 앞으로 국민의 편에 서서 생활 밀착형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데도 관심을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 CBS에서 탐사보도는 보기 어려운데 이 점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저희로서도 숙제인데요. 인력 등 여러 문제가 있는데 저희 내부에서도 지속적으로 끌고 가고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탐사보도가 약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어떻게 강화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저희 나름대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검토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유사 보도? 지금이라도 CBS의 법적 지위 원상복구 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