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살해한 뒤 자살한 사건에 대해 방송사 뉴스에서 '동반자살'로 보도하고 있는 모습. 아동인권 전문가들은 이를 "명백한 살인과 아동 인권 침해를 온정의 대상으로 만들고, 부모가 자기 뜻대로 자녀의 죽음을 결정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퍼뜨릴 위험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한다.
안기성
'동반자살',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표현한국 정부가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 6조에는 '모든 아동은 생명에 관한 고유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 연구에 따르면 '일가족 동반자살'로 보도된 사건의 절반 이상은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살해한 뒤 자살한 사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동반자살' 또는 '일가족 집단자살' 등으로 표현되는 일련의 사건에 대한 보도는 아동을 하나의 존엄한 인간으로 보지 않고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는 잘못된 인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김희경 부장은 "동반자살이라는 용어 자체가 이미 부모가 자녀의 목숨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부모들은 '내가 죽으면 남겨진 아이가 어떻게 살아갈까'라는 생각에 자녀를 죽이고 자살을 한다. 하지만 설령 개인이 자신의 목숨을 끊는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부모가 자녀를 죽일 권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부모가 도저히 살 수 없다고 해도 남겨진 자녀가 반드시 생존 불가능의 상태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동반자살'은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바라보는 뒤틀린 문화의 극단적 표현"이라며 "관련 보도 시에는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뒤 자살했다'고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를 개인의 비극으로 치부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는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발표한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에서 자녀 등 다른 사람을 살해하고 자살하는 사건을 동반자살로 표현하는 것과 같이 사안의 본질을 왜곡할 수 있는 표현을 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요청했다.
또한 '연이은 자살', '또 자살'과 같은 선정적인 표현을 피하고, '자살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자살이 마지막 탈출구였다' 등 자살을 정당화하거나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묘사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다.
따라서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언론에서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비극으로 잘못 인식하도록 만드는 동반자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대신에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고 작동할 수 있도록 인식을 전환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김희경 부장은 "동반자살이라는 표현은 사건의 초점을 '오죽했으면…'이라는 반응에서 드러나듯 개인의 비극에 맞춰 부모의 안타까운 심정을 동정하고 끝나도록 만드는 것이 문제"라며 "그보다는 우리 사회가 불가피하게 부모 없이 혼자 살게 될 아이도 살 수 있도록 돌봄이나 사회적 안전망을 갖출 수 있도록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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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살'이 아닙니다, '자녀 살해 후 자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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