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열전
연극열전
작품은 철저히 '르네'의 발자취를 따른다. 별볼일없는 남자로 살아온 그는 '송'을 만나며 내면에 부재했던 남성성에 대한 욕망을 일깨우고, '권력'에 대한 갈증을 해소한다. 그 속에서 '송'은 완벽한 여자이며, '르네'는 완벽한 여자의 완벽한 사랑을 받는 남자로 존재한다. 하지만 그 환상은 '송'의 탈의로 쉽고도 무차별적으로 깨어진다. 그는 마주함 대신 차라리 자신의 환상 속에 잠겨 죽는 것을 택한다.
이야기는 굴절의 연속이다. 르네는 '환상(버터플라이)'속에서 '송'의 실체를 굴절시키고, '송'은 국가 속에서 자신의 본질을 왜곡한다. '르네'와 찰나의 만남을 가졌던 소녀 '르네' 역시 '꼬맹이(성기)'라는 존재 속에 남성들의 관습적인 성질들을 비약한다. 굴절과 굴절이 만나 낳는 것은 언젠가 깨어나야 할 '환상'일 뿐이다.
이야기는 절절한 러브스토리로도 읽힌다. 극에는 여러 번 '르네'가 '송'이 남자였음을 알고 있다는 단서가 등장한다. 20년간 단 한 번도 '송'의 옷을 벗기지 않은 것, '송'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만 했다는 것 등만 해도 그렇다. 마지막에는 '르네'가 직접적으로 고백하기도 한다. '진실을 알고 있었다'고. 그에 대한 '송'의 답변들은 쓰고 아리다.
"나는 단지 한 남자가 아닙니다.", "…난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여자라고나 할까.", "날 꿰뚫어 보도록 도와주려는 거예요." 그는 '르네'에게 실체를 보라고 말한다. 만들어진 환상 속의 '버터플라이'가 아닌 그 알맹이에 있는 자신을 보라고 간청한다. '르네'는 실체의 정반대의 방향으로 돌아선다. 환상과 사랑에 빠진 남자, 그 남자의 숭배를 사랑했던 또 다른 남자. 그 사이의 간극을 동성애라는 한 단어로만 채우기엔 지나치게 여운이 강렬하다.
연극 'M. 버터플라이'의 무대는 초연보다 더욱 조밀해졌다. 세종M씨어터보다 폭이 좁아진 아트원씨어터의 무대는 한층 가까워진 객석만큼 극과 관객의 밀착력을 높였다. 무대 사용은 원 세트를 구석구석 쓰면서도 공간의 여백을 조명으로 적절히 다듬었다. 조명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운용되며 인물들의 내면을 무대 위로 밀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