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목적방역기를 가리키는 김병화 씨김씨는 2010년 1월 화재로 돈사를 새로 지으며 3억 5천만원의 빚이 생겼다. 철저한 방역으로 구제역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1%의 사료지원 대출이자와 매달 300만원의 분뇨처리비용은 부채의 한 요인이다.
박세라
김씨는 "이미 국내에서 캐나다산 돼지고기 수요가 많은데, 관세까지 내려가면 시장점유율이 서서히 높아지고 결국 국내 돼지고기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캐나다산 돼지고기의 국내 수입물량은 총 4만3398톤(t)으로 미국산(11만2000t)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2013년 6월 기준으로 수입 돼지고기 시장점유율에서도 미국(40.1%) 다음으로 캐나다(13.4%)가 2위를 기록했다. 그 뒤로는 칠레(10.6%), 독일(9.4%), 스페인(5.0%) 등의 순이다.
지난 1월 기준 캐나다산 냉동돼지고기(기타부위)의 수입단가는 1kg당 2295원으로 미국산(3072원)의 75% 정도다. 국내산 돼지고기는 등급에 따라 2500~5300원 수준이다. 향후 관세가 낮아져 가격이 더 내려가면 캐나다산 돼지고기 점유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구제역이 터졌을 때 (출하가 줄어) 돼지가격이 좀 나아지긴 했지만 그 뒤로 가격이 떨어져 양돈농가들 상황이 안 좋아졌다"며 "제천에 있는 13개 농가 중 70% 이상이 부채로 힘들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 농장은 지난해 매출이 7억 원이었지만 사료값만 6억5천만 원이 나갔고 3600만 원에 이르는 분뇨처리비와 기타 전기요금, 사료자금 대출이자 등을 빼니 적자가 났다고 한다. 김씨는 메마른 입술을 손가락으로 비비며 정치인들에게 원망을 쏟아냈다.
"정치인들은 표만 따라가다 보니 쪽수가 적고 힘없는 농민들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아유. 장기적으로 국내 식량자급률을 생각해서라도 양돈농가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데."꿈 안고 귀농했지만 생계 위해 아르바이트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