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위해 직접 들고 다니는 개인 컵, 손수건, 천가방.
박연정
처음엔 무척이나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앞에서 제시한 규칙이 전혀 힘들지 않은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습관이란 게 참 무서웠다. 항상 개인 컵과 손수건, 천가방을 들고 다녔는데도 그 사실을 깜빡하는 경우가 많았다. 초반에는, 집밖에서 화장실을 이용할 때에 손을 씻고 무의식적으로 휴지를 빼서 쓰고 편의점에서 물품을 사고 나서 자연스럽게 비닐봉지에 담아 오곤 했다. 그런 일을 몇 번 겪자, 더 깨어 있어야겠다는 마음을 다지게 됐다.
나무젓가락을 사용하는 대신 개인 젓가락을 쓰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 일회용 컵 대신 머그컵을 사용하는 운동(?)도 함께 했다. 아주 사소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환경운동을 최대한 하고 싶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얼마나 일회용 물품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지 알 수 있었다. 우선 카페 안에서 커피를 마실 땐 굳이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제까지 난 계속 테이크 아웃용 컵을 사용해 왔다.
김밥을 포장해 갈 때엔, 가게 주인이 김밥과 함께 나무젓가락을 당연히 넣어줬고, 편의점에서 물 한통을 사갈 때도 아무런 말 없이 당연하다는 듯 비닐봉지에 담아줬다. 그럴 땐 항상 '괜찮다'는 말과 함께 나무젓가락과 비닐봉지를 다시 건네곤 했다. 한 번은 가게에서 여러 물건을 산 뒤 아무 생각 없이 건네준 비닐봉지에 물건을 담고 있었는데, 아차 하는 생각이 들면서 물건을 다 빼내고 평소 가지고 다니는 천가방에 다시 담은 적도 있다.
그래도 1주일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서는 어느 정도 습관화되고 있는 것 같다. 손을 씻을 때도 바로 손수건을 꺼내서 닦고, 가게 주인이 비닐봉지와 나무젓가락을 먼저 건네기 전에 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또 하루에 커피를 2잔 정도 마시는데, 모두 개인용 컵을 사용한다.
최근엔 연근 과자를 만들어 보았다. 평소에 과자를 많이 사먹는 편인데, 환경에 좋지 않은 봉지를 남기게 돼서 직접 과자를 만들어 먹고 싶었다. 생각보다 맛이 상당히 좋아서 앞으로 과자도 직접 해먹어 볼 생각이다. 이렇게 생활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내가 환경운동에 동참하고 있다는 뿌듯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