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원씨캠핑장을 하는 이준원씨가 수리부엉이가 사는 절벽둥지를 가리키고 있다. 잠시 후 우리는 그 둥지를 향해 가까스로 올랐고, 거기서 기자는 사진을 찍었다.
송상호
산란기가 되면 수리부엉이는 절벽 주변을 정리하고 청소한 후 둥지를 만든다. 거기서 새끼를 낳아 기른다는 것.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사람으로 치면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둥지다.
어떤 때 일하면서 보면 새끼부엉이가 이제 홀로 날아가려고 홀로서기 연습하는 것도 보인다고 했다. 수리부엉이 새끼는 7~8개월 정도 어미의 보호를 받는 거 같다고 했다. 그렇게 새끼가 클 동안만 둥지 생활을 한다. 그러고 나면 어김없이 어미도 새끼도 모두 둥지를 떠난다고.
그리고는 주변 나무 위에서 잠을 자고 생활을 한다. 그들에겐 새끼를 놓고 키우는 것 외에는 따로 집이 필요 없는 셈이다. 간혹 새끼를 키우다 죽게 되면 근처에다가 내다 버린다. 그 사체를 준원씨가 목격했다.
닭 키우지 못한 이유는 수리부엉이가 잡아먹어서...전에 캠핑장을 한다고 산을 다듬어 놨을 때, 아무런 장애물이 없으니 수리부엉이가 사냥하기에는 최적의 곳 (역으로 산토끼가 숨기에는 최악의 곳)이 되었고, 그 많던 산토끼들이 해가 갈수록 눈에 띄게 줄었다고. 그 수리부엉이 가족의 먹이가 된 거다.
이 가족들은 까마귀 사냥은 안 한다고. 원래 철새인 까마귀가 주변에 둥지를 틀어 텃새처럼 살아가고 있는 건 바로 수리부엉이가 까마귀를 입애 대지 않았다는 증거다. 까마귀도 수리부엉이의 밥인데, 희한하다.
전에 이 캠핑장에 닭을 키웠었는데, 닭이 그물 친 우리에서 잘못하여 나가기만 하면 어김없이 수리부엉이가 낚아채 갔다. 그렇게 닭이 없어지는 걸 보고 닭을 키우지 않기로 했다며 준원씨가 웃는다.
수리부엉이가 둥지를 얼기설기 짓는 이유 있었네."수리부엉이는 둥지를 얼기설기 지어요. 왜냐하면 새끼들의 배설물이 잘 흘러내리도록 하기 위해서죠. 곡식을 먹는 다른 새들은 똥이 덩어리져서 어미 새가 새끼의 배설물을 입으로 다 치워내지만, 수리부엉이의 배설물은 그럴 수가 없어요. 모두 물똥이거든요. 어미 새가 잡아온 고기를 입에 넣어 잘근잘근 씹어 소화시켜서 새끼들에게 먹이니까요. 사람으로 말하면 고기로 만든 죽 같은 걸 새끼에게 먹이는 거죠. 이러니 새끼들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저절로 흘러내려가라고 둥지를 그렇게 짓는 거죠."부엉이는 사냥한 먹잇감을 대부분 다 먹지만, 간혹 소화가 되지 않는 뼈 등은 토해낸다. 수리부엉이는 그 토설 물을 자신이 가는 한곳에다 늘 토한다. 자신이 안전하다고 생각한 그곳에다가 토한다고 했다. 그걸 보면 엄청 큰 동물의 배설물처럼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