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에마치에 있는 희망목장의 주인 요시자와 마사미씨
김제남
"핵발전소 사고 뒤엔, 이미 모든 게 끝났다"요시자와씨는 정부에 조사를 의뢰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모르겠다'며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요시자와씨는 "일본 정부는 핵발전소는 안전하다고 했는데 폭발했다, 안전대피선이다 안전기준치다 하는 동안 방사능물질은 바람을 타고 확산되어 마을과 주민을 덮쳤다"며 진실을 말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아베정부에 대한 저항으로 "정부, 도쿄전력이 말하지 않는 진실을 알리기 위해 집시가 되었다, 차를 타고 전국을 돌며 핵발전소는 안 된다고 호소하고 다닌다"고 했다.
최근 아베정부가 제염작업을 마치면 귀향 조치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그의 입장은 분명했다. "제염만 끝나면 귀향 조치한다는 것은 주민에게 보상금을 지불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강제 대피한 주민에게 매월 10만 엔을 지급하던 보상 예산을 줄이겠다는 속셈이라고 했다. 산은 제염할 수 없으며 주민이 농업용수로 쓰던 댐의 방사선량이 높은데 이 물로 어떻게 농사를 짓겠는가? 농사지을 땅도 없고, 물도 없고 더욱이 농사지을 젊은 사람이 없는 것이 후쿠시마 사고 3년을 맞는 나미에마치의 현실이었다.
그는 "핵발전소 사고가 난 뒤에 무엇을 하려고 하지마라, 이미 그 때는 모든 것이 끝났다.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며 원전진흥의 길로 역주행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원전확대정책을 우려했다.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현 주변 지자체는 평소보다 3배의 예산을 투입하며 지역 복구를 하고 있다. 복구작업의 대부분 예산을 제염작업에 투입하며 2017년까지 거주제한구역을 해제하여 주민을 귀환시킨다는 방침이다. 오는 4월 1일부터 피난지시해제준비지역인 다무라시 미야코지 주민의 귀환조치를 내렸지만, 노인들이 귀환을 희망할 뿐 자녀를 둔 부모나 젊은이들은 귀환을 원하지 않는 실정이다.
후쿠시마 1발전소 1~4호기의 폐로를 결정했지만, 1~3호기는 녹아내린 핵연료를 꺼내지 못한 채 방사능물질이 유출되고 있고, 4호기는 사용후핵연료를 이제 꺼내기 시작했지만 위험천만한 상태로 사고는 진행 중이다. 공간방사선선량이 낮아졌다고 주민을 귀환 조치하는 당국의 처사에 주민다수가 반대하고 있다. 마을과 사람의 기능이 파괴되었고, 주민이 기대어 살아갈 땅과 물 그리고 바다가 오염되었는데 과연 주민은 옛 모습으로 돌아가 살아갈 수 있을까?
아베정부는 지난 2월 원전재가동 방침을 내놓으면서 주민귀환조치를 서두르고 있다. 원전 주변 주민은 도쿄주민을 위해 40여년 이상 희생당하다 급기야 폭발사고로 모든 것을 잃었는데 또다시 원전재가동을 위한 볼모가 되어 방사선 피폭에 내몰리는 것인가?
아베정부는 경제성장 전략 아베노믹스를 위해 원전재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값싼 핵에너지를 경제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2020년 동경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장미빛 성장전략으로 휘청거릴 모양이다. 그러나 이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재앙을 망각하게 하는 우상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 아베정부는 핵발전 중단으로 화석연료를 구입하는 비용이 3.6조 엔 늘어나 원전을 재가동해야 한다고 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발생한 복구비용이 앞으로 100조 엔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사고의 뒷감당은 국민 세금으로 하는 셈이다. 주민은 버려지는 가운데 원전재가동의 이익은 그 이해집단인 이른바 '원자력촌'이 가져가는 낡은 에너지정책을 답습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아베정부는 아직도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에 대해 반성하지 못하고, 핵재앙이 주는 교훈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힘없고 가난한 주민이 사는 인구 밀도가 가장 낮은 지역을 찾아 점령군처럼 밀고 들어가 '원전주변 지역 지원금'으로 유지해 온 핵발전소의 안전신화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로 끝났다.
그리고 핵발전은 천문학적인 사고 복구비용을 지불하며 핵발전은 값싸다는 우상도 무너졌다. 후쿠시마가 준 크나큰 고통과 상처 속에서 주민은 핵발전의 거짓 우상을 깨고 새봄을 향해 깨어나기 시작하고 있다. 돌아오는 빗길 속에 멀어져 가는 출입통제구역 희망목장을 보며 주민의 진정한 생의 귀환의 길은 탈원전의 길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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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서 3년째 생활...몸에 이상한 징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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