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함께 계신 박영훈 선생님공동체 회의 모습이다. 교장선생님이라고 상석이 마련되지 않는다. 모두 똑같이 한표씩을 가지고 전교생과 전교직원들이 똑같은 발언을 한다. 직접민주주의다.
김용만
3월 12일. 새로 오신 교장선생님도 만나고 공동체 회의도 직접 참관키 위해 태봉고를 찾았다. 늦은 오후, 조용한 음악이 들리는 교장실서 박영훈 교장선생님을 만났다. 먼저 박영훈 교장선생님은 이전에 원경고등학교(경남 합천군 소재 인가 대안 사립 고등학교)에서 교감으로 9년, 교장으로 7년을 지내고 2014년 교장 공모제를 통해 태봉고에 부임했다.
- 발령받으신 지 얼마 안 됐는데, 적응은 잘 되시나요?"사실 아직 완벽하게 적응은 하지 못했습니다. 태봉의 아이들은 원경의 아이들과는 다른 점이 많아요. 하하하."
- 어떤 점이 다른 가요?"태봉의 아이들이 자율적인 분위기가 훨씬 더 강한 것 같습니다. 지시를 받기보단 아이들 스스로 해 나가는 부분이 아주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간단한 예로 월요일 첫 시간인 주 열기 시간이나 공동체 회의시간에도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발언하고 서로 듣고 의사결정을 해나가는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 태봉고에 오셔서 특별한 경험도 하셨나요?"네 사실 공동체 회의 시간부터 특별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첫 번째 공동체 회의에서 전교생과 제가 만났습니다. 아이들이 저에 대해 질문들을 하는데 답변하는 데 상당히 애로점이 많았습니다. 교장 공모때 받았던 면접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한 아이는 저에게 교장선생님의 청소년기에 감정기복이 심했던 적이 있는지를 물어보더군요. 사실 저는 고등학교 입학 직전에 어머님께서 돌아가시고 1년도 안 되어 새어머니가 오셨습니다. 당시에 굉장히 괴로웠습니다. 새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인해 솔직히 당시엔 살인의 충동까지 느꼈으니까요. 하지만 후에 무주구천동에 가서 평화로운 자연을 보면서 깨달았죠. 인간사가 아무리 다사다난하고 해도 자연에 비하면 대단한 것이 아니구나. 해서 마음을 다시 잡고 열심히 살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또다른 아이는 태봉고를 어떻게 경영하실 것인지 경영철학을 묻더라구요? 하하하. 면접 때 받은 질문이었습니다. 저는 태봉고가 훌륭한 학교의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서 새로운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도입하여 학교의 변화를 꾀하기 보다는 현재의 태봉고를 잘 지키고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덧붙여 저의 개인 관심사인 마음 공부를 접목하겠다고 대답했죠."
- 마음 공부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주시죠?"마음을 안아줘야 한다는 것은 저의 교육철학이기도 합니다. 교육은 사람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겪는 갈등은 자신의 자존감, 자아인식이 부족할 때 나타납니다. 즉 스스로에 대한 자신이 없기 때문에 자신을 함부로 학대하게 되고 나아가 상대를 함부로 대하죠. 따라서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가짐이 중요합니다. 이것은 스스로의 노력으로도 가능하지만, 상당히 힘든 일입니다.
자신이, 어른들이, 친구들이 귀하게 대해주어야 합니다. 귀한 대접을 받으면 은혜로움을 발견하게 되고 은혜가 발견되면 고마움을 느끼게 되지요. 고마움을 느끼면 행복하게 되고 자신이 행복하면 주위에 베풀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깁니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질 때 이로운 사회가 자연스레 이뤄집니다. 해서 저는 마음을 잘 잡는 원리, 마음을 올곧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기 위해 마음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원경고에서도 아이들과 함께 마음 공부를 했고 효과가 참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태봉고에서도 유사한 활동을 접목할 생각입니다. 우선 학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다음 주 월요일부터 저녁시간에 시작할 것입니다. 학생들과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날 예정이고 오늘 공동체 회의에서 홍보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