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이 개최되던 날 명동사거리에는 G20 해체와 기본소득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이들이 원했던 것은 공공의 안녕일까 아니면 공공의 안녕을 저해하는 것일까
김성일
2013년 12월 10일, 고려대학교 후문 게시판에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이 달린 대자보가 붙었다.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다고 수천 명이 직위해제되고, 불법 대선개입, 밀양 주민이 음독자살하는 하수상한 시절", "수차례 불거진 부정선거의혹,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이란 초유의 사태에도 대통령의 탄핵 소추권을 가진 국회의 국회의원이 사퇴하라 말 한마디 한 죄로 제명이 운운되는 지금", 안녕들 하시냐는 내용이었다.
물론 이 물음이 향한 상대는 '모두'였다. 대자보에 대한 화답이 곧 담벼락을 뒤덮었고,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언론에 의해 '안녕 세대'라 이름 붙여진 이들이 생각하는 안녕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검찰과 정권이 주장하는 공공의 안녕 때문이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다시 한 번 물을 수밖에 없다. 도대체 공공의 안녕이란 무엇인가? "청사초롱과 번영에 대한 꿈"을 꾸는 의무를 부여받은 G20 세대와 제 발로 걸어나온 안녕 세대 중, 어느 쪽의 안녕이 공공의 안녕일까? 분명한 것은 이 둘의 안녕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농담'공안'은 또다른 안녕을 용서하지 못한다. 그런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자들도 용서하지 못한다. 특히나 그것이 '공안'의 정당성을 반박하는 것일 때는 더더욱. 그렇기에 공안통치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2012년 11월 21일, 박정근씨는 북한 트위터 계정인 '우리민족끼리'가 쓴 트윗을 리트윗한 것 때문에 북 체제 찬양고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박정근씨는 "단지 북한을 풍자·조롱한 것"이며, 자신의 팔로어들이 평소 자신의 트윗 성향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찬양고무로 오해될 리도 없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한 검찰의 반박은, "팔로어의 팔로어, 팔로어의 팔로어의 팔로어까지도" 리트윗이 전달될 수 있는데, 그들 중 모두가 오해하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물론 이 사건은 항소심에서 원심의 판결을 뒤엎고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의 이 주장은 그것을 듣거나 읽은 사람들에게 한 가지 의문을 남겼다. 팔로어의 팔로어, 팔로어의 팔로어의 팔로어까지도 오해하지 않을, 공공의 안녕에 저해되지 않는 표현방식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에 대한 대답은 역시 검찰로부터 나왔다. 작년 2월,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형사3부 검사 박대범)은 "위기의 사면초가 새누리당 출입기자가 박근혜에게 현재 상황 질문하자 박그네 왈 '꺼져 XXX'"라는 트윗을 쓴 이아무개씨를 허위사실공표죄 등으로 기소했다.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이 트윗 내용이 패러디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 측은 "패러디라면 문장 안에 괄호를 넣어서 패러디 혹은 농담이라고 적시해야 한다"라는 해석을 내렸다고 한다.
검찰이 제시한 이 표준표현양식, "(농담)"이라는 말이 적혀져 있지 않은 모든 농담은 잠재적 유죄일 수밖에 없다. "공공의 안녕"은 결국 전국민이 '연서복(연애에 서툰 복학생)'이 되어야 이룰 수 있는 길이며, 이는 미감의 통합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 박정근의 죄는 결국 "다른 취향을 가진 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