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상경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과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김선동 의원이 지난해 11월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서 쌀 목표가격 23만원 보장과 한중FTA 저지,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유성호
결국 정부가 말하는 규모의 경쟁력이란 영세 축산농의 피해가 크면 클수록 더 커지는 것이니 만큼 정부입장에선 폐업을 '지원'하고 '후원'하고 '응원'해야지. '보상'이 아니라. 끊었던 담배를 형님더러 달랠 뻔했다. 수의사 친구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캐나다 FTA 타결이 소를 전문으로 하는 수의사의 밥벌이에 미치는 영향은?""구제역만 하겠냐. 망할 농가들은 진작 다 망했는데. 왜? 캐나다 소에 우황 들었대?"역시나 시큰둥한 반응. 아니, 그래도 저나 나나 FTA의 직접적인 피해 국민인데.
"국내 동물의료시장도 개방하라고 청원 넣어주랴?""쇠고기 등급제나 고치라 그래라."쇠고기의 등급판정을 의무적으로 강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도축되는 모든 쇠고기의 마블링을 국가가 쳐다보고 있다 생각하면 참 가관인데 이 마블링에 따른 등급체계 자체가 거대한 사기시스템.
미국에서 옥수수가 남아돈다. 소에게 먹인다. 쇠고기에 마블링이 생긴다. 기름기가 많아 소비자들이 안 좋아한다. 마블링을 기준으로 등급제를 만들고 좋은 고기라고 홍보한다. 이 시스템이 일본을 거쳐 수입된다. 마블링이 좋은 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정기간 옥수수 사료를 먹여야 한다. 마블링 생성 기간으로 인해 비육기간이 늘어난다. 생산기간과 비용은 점차 증가하지만 높은 등급은 오로지 마블링에 달려있으므로 비싼 옥수수를 더 많이 먹인다. 영세 축산농은 이 시스템을 감당하지 못한다.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된다.
더 문제인 것은 옥수수 사료로 인해 축산업은 점점 더 국제 곡물시장에 깊이 예속되어 간다는 점. 어느 날 옥수수 가격이 폭등한다면 국내 쇠고기 값도 같이 폭등하게 된다. 그 사이 목초지에서 풀 먹고 자란 호주산 쇠고기가 시장을 점령하고. 카길 좋고 호주 좋고. 풀 먹고 자란 건강한 소니까 국민 건강에는 좋겠구나. 지화자.
배추밭 갈아엎는 심정 저절로 이해됐다혹시나 싶어 이 형님, 저 아재께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한-캐나다 FTA? 새삼스럽게 뭘. 언제 정부가 농민편이었다고. 한-중국 FTA 아닌 것만 다행이지. 한-중국도 협상 시작했다지. 다 같이 망할 날이 멀지 않았구만. 농민들을 구덩이 파고 묻은 자리에 자동차 공장 세워서 오늘은 타이어 뜯어 먹고 내일은 깜빡이 뜯어먹고 그렇게 살 테지. 에헤라.
농민을 위한 정부가 아닌 것은 귀농 첫 해 알아버렸다. 짜장 한 그릇 5000원. 고추 한 근 4500원. 고추 국내 자급률이 절반도 안되면서 중국산 수입 막을 생각은 코딱지 만큼도 안하고 태풍이 없어 풍년이니 값이야 당연히 떨어지는 것이 맞다고, 누구 코에 붙일 지도 모를 수매물량을 할당하면서 생색 내던 걸 생각하면 배추밭을 갈아엎는 심정이 저절로 이해되었다.
그래도 목구멍이 포도청. 사탕발림이고 당의정인 걸 뻔히 알지만 당장의 정부보조금이 아쉬워서 거름 보조금 도장 찍으러 가는데 봄바람에 펄럭이는 플래카드 한장. '농업은 6차 산업. 농민이 미래입니다.' 1차 농업, 2차 제조업, 3차 서비스업을 더하나 곱하나 6차이니 농업은 6차 산업이란 얘기. 생각해보니 농사 짓고 도시민들에게 농촌관광까지 시키자면 6차 산업 아니고는 안되겠구나, 거 참 표어 한번 그럴 듯하네, 싶다가 울컥 치미는 분노.
농민이야 애시당초 국민 취급 안 당했지만 좀 어지간히 하자. 먹고 살게는 해줘야지. 기어이 농민들을 재벌이 운영하는 축산법인의 소똥 치우는 비정규직을 만들어야 속이 시원하겠어? 그래야 만족하겠냐고. 적당히 좀 해라. 적당히. 제발. 적당히 말이다. 이 자식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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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을 이리 괄시하다니...타이어 먹고 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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