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야채실 가득 세척 사과아침을 거르는 직장인들에게 껍질째 먹는 사과 한알은 큰 영양원이 되어준다.
이정혁
냉장고 야채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세척 사과는 씻어서 개개 포장되어 바로 먹을 수 있다,고 적혀 있다. 믿고 먹는 신토불이 우리 농산물, 을 다 믿을 수는 없기에 나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껍질째 먹는다. 여기서 핵심은 껍질째 먹어야 영양분도 많고, 꼭꼭 씹어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는 날은 예외적으로 아침 밥을 소량 먹는다, 미치지 않기 위해)
출근 준비를 마칠 때쯤 밥이 다 되었다는 신호가 오면 도시락을 준비한다. 우선 밥을 딱 한 주걱만 퍼담는다. 평소 식사량의 절반 가량이다. 한 주걱 더 퍼올리고 싶은 충동이 매번 생기지만 꾹 참아야 한다. 기본 식사량을 줄이는 게 가장 큰 목표니까. 그리고는 냉장고 안에 있는 밑반찬(주로 본가와 처가에서 공수해 온) 중에, 아니면 손수 반찬을 만들어 역시 작은 용기에 담는다. 몇 번 싸다 보면 밥량에 맞는 반찬량을 알게 된다. 밥과 비교했을 때 반찬의 양은 적을수록 좋다. 맨밥을 많이 씹어 단맛을 느껴 본 사람은 이해가 될 것이다.
그렇게 도시락을 준비하고 나면, 오후의 간식을 준비한다. 저녁을 가능한 먹지 않으려면 오후 4-5시쯤 허기를 달래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때 주로 먹는 것은 방울 토마토 같은 과일이나 삶은 달걀이다. 바나나 한 개도 훌륭하게 허기를 달래준다. 그 시간대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무것도 못 먹으면 거의 백프로 저녁을 먹게 된다. 배고파서 잠이 안 오는 숱한 밤들, 그대, 느껴보지 못했던가? (이상의 과정들은 본인이 직접 준비하라, 뱃살 빼는 게 무슨 벼슬도 아니고, 아내를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말지어다)
그리고 퇴근 후, 일일 권장량만큼 단위 포장해 놓은 견과류 한 봉지를 먹고, 잽싸게 잇솔질을 한다. 밖에서는 나름 긴장도 하고, 연신 무언가를 먹기도 어려운 환경이므로 조절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단 집에 와서 퍼지고 나면, 무의식적으로 냉장고를 뒤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하나의 의식으로 생각하고 잇솔질부터 시행한다. 지금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충전하며. 그리고 나면 최대한 빨리 잔다.
이것이 지난 1주간의 나의 식생활 개선 프로젝트였다. 겨우 1주일, 먹는 양만 살짝 줄인 거 가지고 이 무슨 호들갑이냐라고 불만을 토로하는 분도 계실 거다. 부정하지 않겠다. 다만, 적게 먹는 습관이야말로 어떤 다이어트나 운동이나, 건강을 위한 과정의 첫걸음이라는 사실 하나는 강조하고 싶다.
몇 가지 조언으로 글을 마무리 한다. 첫째, 1주간의 식습관 조절로 몸무게나 뱃살이 눈에 띄게 줄어들지는 않는다. 대신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건 분명 느낄 수 있다. 둘째, 미치도록 먹고 싶은 것이 있다면 먹어도 좋다. 단, 적게 먹어야 하고, 맛을 본 것으로 만족을 느끼자.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든 습관화하자. 누군가의 말처럼, 어지간한 건 배불리 먹어본 것들이고, 웬만한 건 맛본 음식들이다. 욕심을 버리자.
셋째, 아파트 입구에 종종 팔곤 하는 순대철판볶음처럼, 치명적인 향기의 유혹에 넘어갔다 하더라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자. 우리는 꽃중년 화보 찍으려고 이 일을 시작한 게 아니다. 한번쯤의 충동에 의한 과식은 그간 쭉 참아온 나에 대한 보상쯤으로 여기고, 다음 날, 새롭게 시작하자.(3편, 운동?과연 내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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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위주로 어줍지 않은 솜씨지만 몇자 적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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