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1년이 보여준 검찰의 '네가지 얼굴'

개혁 고의침몰, 공안부의 천하통일, 간첩 증거조작, 채동욱사건까지

등록 2014.03.11 18:07수정 2014.03.1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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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참여연대와 서영교 의원이 주최하는 '박근혜 정부 1년 검찰평가 좌담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나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사법위원장 및 교수 자격으로 토론자로 참가했다. 좌담회에서 나는 박근혜 정부 검찰 1년을 평가하면서 세 가지를 이야기했다.

첫째, 검찰개혁의 고의 침몰, 둘째, 공안부의 검찰통일, 셋째, 채동욱 에피소드다. 그리고 현재 진행형인 하나의 사건을 덧붙였다. 바로 서울시 공무원 국가보안법위반 사건 증거조작 사건이다. 검찰 1년을 되돌아보면 이렇게 네 가지 사건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작도 하지 않고 끝나버린 허망한 검찰개혁

참으로 이상한 것은 박근혜 정부 하에서 검찰개혁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검찰개혁이 끝나버렸다는 것이다. 달랑 대검 중수부 간판만 내리고 검찰개혁은 끝나 버렸다. 상설특검 논의는 특검법안 통과로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법률만 만들었을 뿐 상설특검은 임명되지도 않았다. 특별검사 없는 기괴한 상설특검 법안인 것이다.

특검의 시작 역시 지금과 완전히 같다. 야당이나 정치적 소수파가 아무리 주장하더라도 여당, 정치적 다수파가 반대하면 특검은 시작할 수 없다. 이것을 검찰개혁방안이라고 부르는 것은 민망한 일이다.

문제는 앞으로 더 이상의 검찰개혁은 없다는 것이다. 더 이상의 공약도, 계획도 없다. 검찰개혁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끝나버렸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개혁을 시작하지도 않고 고의로 침몰시켜 버린 것이다.

'공안부 전성시대'... 검찰장악·공권력통일 그리고 정치지배까지


1년간 검찰을 되돌아보면 역시 주연은 공안부라고 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공안부를 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1년이었다. 대통령 비서실장, 법무부장관, 민정수석 모두 공안부 출신이다. 거의 완벽한 공안라인이다. 이들은 현재 신공안정국, 혹은 안보정치를 이끌고 있다. 공안부가 완전히 검찰을 장악했고 국가공권력을 통일했으며 정치까지 지배하고 있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통합진보당의 위헌정당심판제청사건, 서울시 공무원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등 모두 공안부가 주도하고 있다. 말도 안되는 강기훈씨 상고도 공안부의 작품이다. 과거 잘못에 반성도 없고 자제도 없다. 필요한 모든 곳에 항상 등장한다. 대검 중수부의 폐지가 그리 작은 개혁은 아니지만 빛이 나지 않는 이유는 더 큰 기관인 공안부가 검찰과 정치를 완전히 장악했기 때문이다. 공안부의 주도는 가히 공안부의 전성시대라고 할 만하다.


정권의 힘과 검찰 내부개혁 불가를 보여준 '채동욱 에피소드'

채동욱 검찰총장 사태는 검찰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집권 초 권력기관 내부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는 몇 가지 교훈을 주었다. 검사들에게는 정권의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검찰개혁을 내부에서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보여주었다.

사실 나는 채동욱 검찰총장의 검찰개혁을 별로 신뢰하지 않았다. 검찰이 생각하는 개혁과 국민이 생각하는 개혁, 박근혜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생각했던 검찰개혁이 너무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검찰이 생각하는 개혁은 내부 수선 정도의 개혁이다. 그런데 국민이 원하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집을 짓는 것이나 다름없는 개혁이다.

이 간격은 검찰이 아니라 검찰외부에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물론 검찰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검찰에게 맡겨둘 수는 없다. 검찰개혁에서 검찰은 개혁의 대상이지 개혁의 주체는 아니다. 이를 잊으면 괜히 검찰의 검찰개혁에 기대를 하고 검찰의 약속을 믿는 똑같은 실수를 다시 범하게 된다.

증거조작 공범이 피해자인 양 코스프레하는 검찰

지난 1년간 검찰의 행태는 이처럼 참담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끝판왕은 따로 있었다. 증거조작 사건이다. 증거조작 사건에서 검찰의 역할은 철저한 무능력 또는 증거조작의 공범, 둘 중 하나이다.

만약 지금 검찰이 의도하는 바와 같이 국정원이 수사를 하면서 증거를 조작했고 검찰은 국정원이 준 조작된 증거를 아무 생각없이 법원에 제출한 것이라면 검찰 공안부는 철저하게 무능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수사를 비판적으로 평가하여 기소여부를 법률가의 눈으로 평가하지 못하고 심지어 위조된 증거도 체크하지 못한 무능력이다. 검찰제도의 존재 이유를 훼손할 정도의 무능력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증거조작은 검찰과 국정원의 합작품이다. 검찰 공안부와 국정원은 이 사건에서 수사부터 공조를 해왔고 공소유지도 서로 협력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기관이면서 기소기관이므로 국정원과 거의 한 몸으로 활동했음이 틀림없다. 검찰 공안부가 국정원과 긴밀한 관련이 없이 그냥 국정원이 보내주는 사건을 처리하는 곳이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사건에서 검찰 공안부는 감쪽같이 빠지고 국정원의 증거조작만이 부각되고 있다. 검찰이 나서서 진상규명과 처벌을 외친다. 범죄를 저지른 자가 공범을 처벌하고 자신은 결백하다고 주장하는 꼴이다.

검찰이 노리는 바는 바로 이것이다. '검찰 피해자론'인데, '우리도 국정원의 손아귀에서 놀아났다'는 것이다. 범죄자임을 인정하느니 차라리 무능력함을 선택하는 현명함! 참으로 놀라운 결정이다. 앞으로 검찰의 수사는 철저하게 국정원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검찰 공안부에 대한 수사는 완전히 면피용으로 진행될 것이다.

그런데 검찰의 피해자론,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아닌가? 정권에 협조하면서 정치검찰로 활동하면서 검찰이 하던 말이다. '우리도 사실 정직하게 살고 싶은데 정치권력이 우리를 이용한다', '우리도 사실은 피해자'라고 주장해 왔다. 기가 막힌 말이다.

검찰은 단군 이래 가장 큰 권한을 가진 기관이다. 정치권력과 함께 사실상 국가를 통치해 온 기관이다. 정치권력에 봉사하다가 스스로 권력과 기득권이 되어버린 기관이다.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수많은 권한을 챙겼다. 그 결과 스폰서 검사, 벤츠검사, 뇌물검사, 해결사검사, 브로커 검사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국민과의 관계에서 피해자였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검찰 공안부, 신문에 나는 일은 하지 마시길

박근혜 정부 1년 검찰을 돌아보면 앞으로 4년간 역시 검찰의 세상, 구체적으로는 공안부의 검찰일 것으로 예상된다. 1년간 공안부의 전성시대로 힘들었는데 4년을 생각하니 까마득하다. 증거조작 사건과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것을 피해갈 길이 딱 하나 있다. 검찰 공안부를 없애는 일은 아니다. 이것은 검찰 개혁작업인데, 개혁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도 너무 무리한 부탁은 하지 않는다. 단 하나의 방법은 검찰 공안부가 일을 안하는 것이다. 검찰 공안부가 쉬면 증거조작 사건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 공안부여, 제발 부탁이니 앞으로 신문에 날 일은 하지마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칼럼은 한국미래발전연구원 홈페이지(www.futurekorea.org)에 동시 게재합니다.
*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장, 참여정부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 등을 지냈으며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2011) 등의 저서를 냈습니다.
#검찰 #특검 #공안 #김인회 #박근혜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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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래발전연구원(http://www.futurekorea.org/)은 민주주의와 한국사회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진보적 정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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