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찌형 만보계 핏빗 플렉스. LED창 아랫부분을 두 번 두드리면 그날 걸은 양이 2000보 단위로 LED 점멸 방식으로 표기된다.
김동환
지난달 22일 밤 11시, 서울시 은평구의 한 주택가. 퇴근 후 동네를 몇 바퀴째 걸었다. 몇 번째 손목에 찬 밴드를 두드려보지만 여전히 불이 들어오는 LED는 4개 뿐. 오랜만에 사무실 안에서 장시간 기사를 썼더니 평소보다 걸음 수가 부족했던 탓이다.
'별 게 다 나를 조련한다'고 투덜거리며 20여 분 더 걸었더니 밴드가 진동하면서 LED 등이 5개 모두 켜졌다. '데드라인'인 자정 전에 할당치인 1만 걸음을 다 걸은 것이다. 스마트폰을 꺼내 전용 어플리케이션(앱)을 켰다. '1만 3걸음, 7.87km, 2493칼로리, 69분 운동'. 핏빗(fitbit)사의 손목밴드형 만보계 '플렉스(flex)'로 측정한 오늘의 활동 정보다.
최근 스마트폰 보급률이 늘어나면서 이를 응용한 웨어러블 기기(개인 활동량 측정기기)들이 출시되고 있다. 특히 시간과 장소에 크게 관계 없이 운동할 수 있는 걷기와 관련된 디지털 만보계들이 인터넷 동호회를 중심으로 인기다. 핏빗은 그중에서도 가장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웨어러블 기기로 꼽힌다. 먹은 음식과 소모되는 칼로리를 계산해 체중관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한 기능은 사용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지만 다소 부담스러워진 가격은 단점으로 지목된다.
걸음 수·수면 중 움직임 측정...하루 소모 칼로리도 보여줘핏빗은 움직임을 계측하는 센서와 블루투스 칩을 이용해 사람의 활동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기기다. 기능과 형태에 따라 손목시계 형태의 핏빗 포스(force), 팔찌 형태의 핏빗 플렉스(flex), 클립 모양의 핏빗 원(one)과 핏빗 집(zip) 4종류가 있다. 가장 저가 모델인 핏빗 집에는 가장 기본적인 걸음 수 측정 기능만 탑재되어 있고 가장 상위 기종인 핏빗 포스로는 걸음 수, 수면 방식, 올라간 계단 수도 측정 가능하다. 핏빗 원부터는 생활방수 기능을 지원한다.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걸음 수 측정이다. 3축 가속도계를 내장하고 있는 운동감지 센서가 사용자의 실제 걸음을 파악해 기록한다. 과거 스마트폰 출시 이전에 중년 남성들이 허리에 차고 다니던 만보계를 떠올리면 곤란하다. 핏빗은 그때처럼 손으로 흔든다고 해서 쉽사리 걸음 수가 올라가지 않는다. 가속도계 센서 탓에 러닝머신을 이용한 걷기도 정확히 측정되지 않는다.
이용자의 수면 방식 역시 센서로 측정한다. 수면모드가 시작되면 이후 침대의 진동이나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해서 기록하는 방식이다. 자고나면 전용 앱을 통해 수면 중 어느 시간대에 뒤척였고 중간에 몇 번 잠에서 깼는지, 죽은 듯 움직임 없이 잔 시간은 언제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센서를 통해 측정된 정보들은 블루투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으로 보내진다. 걸음을 걷고 5초 가량 후에 스마트폰을 보면 실시간으로 걸음 수가 올라가는 게 보일 정도다. 앱에서는 이들을 바탕으로 기기 초기화 때 입력된 사용자의 신체조건을 감안해 걸은 거리와 소모 칼로리 등을 계산한다.
키가 181cm, 몸무게가 74kg인 기자의 경우 1만 걸음을 걸으면 2490칼로리를 소모해 7.87km를 이동한다는 식이다. 모든 정보들은 날짜별로 그래프화 되어 앱에 저장되는데 이밖에도 음식량, 음료 섭취량, 체중 등의 정보를 사용자가 별도로 입력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만성적인 운동부족이라면...'걷기' 위한 좋은 조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