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오토바이 뒤에 실린 우편물들.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지 않은 것 같아 막막했다.
최유진
초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돼 하늘이 뿌옇던 2월 말, 시내 한복판에서 우체부 한 명을 만났다. 그는 뒤에 짐을 한가득 실은 빨간 오토바이를 몰고 왔다. 그가 싣고 온 짐을 보면서 '생각만큼 많지는 않은 것 같다'고 느꼈다.
그는 일반 편지, 등기, 소포 등의 배달방식을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이날 난 '일일 우체부 체험'을 해보기로 약속하고 그와 만난 터였다. 친절하게도 그는 도보로 오토바이를 따라잡기 힘들다고 느낀 구간은 오전에 일찍 나와 배달을 마쳤다고 했다.
"지금 저희가 있는 위치가 여기입니다. 여기부터 이렇~~~ 게 해서 이렇~~~~게가 오전에 우리가 배달해야하는 위치입니다." 지도를 누비는 그의 손가락이 멈출 줄을 몰랐다. 오전에만 이만큼을? 그의 '이렇~~게'는 한참을 이어졌다. 코팅된 지도를 뒤집자 오후에 배달할 지도가 또 나왔다. 직접 경험하지 않았음에도 오늘 하루가 쉽지 않을 거란 생각에 헛웃음이 절로 났다.
시작 30분도 안 돼 아파온 다리... 우편물은 '그대로'그의 뒤를 쫓아 뛰어다닌 지 채 30분도 안 되어 다리가 아파왔다. 남은 양이 얼마나 되나 힐끔 봤는데, 우편물 양은 여전히 그대로인 듯했다. 한숨이 절로 나왔으나, 몸 안으로 꾹꾹 눌러 숨겼다. 오토바이 뒤에 담긴 편지는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 생각을 안 했다. 배달을 하는 사람은 지친 기색 없이 열심히 뛰어다니는데, 이상하게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난 시간이 지날수록 막막해졌다. 이렇게 많은 물량을... 이 정도일 줄이야...
하지만 "건물 사이 담장을 돌아가는 1분 1초가 아까워 허리까지 오는 담장을 뛰어넘는다"는 그의 말에 나는 힘든 기색을 보일 수가 없었다. 건물을 옮겨 다니면서 짧게는 3초에서 길게는 5초 만에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다시 내리는 그가 훨씬 더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권에서 있었던 정보유출 때문에 사과문을 어마어마하게 보냈어요. (우편물)절반은 다 그런 거예요. 고지서가 섞여 있기도 하고... 오늘은 그래도 양이 적은 편이에요." 나와 잠깐 대화하는 동안에도 "대체 언제 오냐"는 전화, "우편물을 가지러 직접 우체국으로 찾아가면 안 되겠냐"는 전화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담당 배달 구역 적응에만 2년... "악용하는 상사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