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어 부레입니다. 요걸 여기서 먹다니...
임현철
'무번지'. 상호가 특이했습니다. 왜 무번지라 했을까요. 주인장에게 물어봤더니 "흔하지 않으면서 뭔가 숨은 맛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걸 찾다가 무번지라 붙였다"고 합니다. 이 식당 주변에는 택시회사·수산물 가공회사·철공소 등이 있는데 허허벌판에 식당이 있는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당연히 불만이었지요.
"번개 장소를 뭐 이런 곳으로 정했대!"술 한 잔 하기에는 약간 이른 시각, 식당 안은 썰렁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요. 식당 문을 여는 순간, "와~"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손님이 바글바글했습니다. "뭐야, 이집~"이라는 말까지 튀어 나왔습니다. 아무리 눈치 없는 사람이라도 소리 소문 없이 강한 '숨은 맛집'임을 금방 알 수 있는 그런 분위기였지요.
밑반찬으로 고구마, 오이, 콩, 냉이, 김치, 전, 홍합, 멍게, 게지, 문어, 피조개, 가자미 등이 나왔습니다. 여수 밑반찬은 알아주는 명품 밑반찬이니 그렇다 치죠. 근데 보기 힘든 게 하나 있더군요. 가자미였습니다. 여수는 보통 서대를 올리는데, 여긴 가자미를 올렸더군요. 가자미 씹는 식감이 더 쫄깃쫄깃했습니다.
"생선찜은 젓가락으로 깨작깨작 하는 거 아녀. 손으로 발라야 제 맛이여!"5만 원 선어 모듬 대(大)자를 주문했습니다. 푸짐한 밑반찬만으로도 술이 서너 순배 돌았습니다. 선어회가 나왔습니다. 삼치, 민어, 병어, 준치를 썰어놨습니다. 잘 섞어놨더군요. 이어 김과 양념간장까지 등장! 제가 군침 삼켰던 건 '민어 부레'였습니다. 허허~, 요걸 여기서 먹을 줄이야!
남편 회사 부도 땜에 차린 식당... 비싸게 못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