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섬', 하트랜드를 둘러싼 림랜드하트랜드 이론은 변화하는 세계환경을 설명하지 못해 스파이크맨이 주장한 림랜드 이론에 자리를 내주었다.
CIA FACTBOOK
림랜드 이론을 소개하기에 앞서 하트랜드(Heartland) 이론에 대한 간단한 이해가 필요하다. '지정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할포드 맥킨더(Halford Mackinder)는 세계패권을 획득하기 위한 결정적인 공간으로서 유라시아에 주목했다. 맥킨더는 이 지역을 차지한 국가가 세계패권을 주무를 수 있다고 보았다.
1904년 발표한 <역사의 지리적 추측>이라는 논문을 통해 맥킨더는 '추축지대(Pivot area)'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다. 추축지대란 시베리아 전체와 중앙아시아 지역 대부분을 포함하는 공간 개념이다. 이후 1919년 발표한 서적에서 하트랜드라는 개념을 소개하면서 지리적 범위를 흑해 및 발트해를 포함한 동유럽까지 확장한다. 맥킨더는 "동부유럽을 지배하는 자가 심장지역을 지배하고, 심장지역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섬(World-Island)를 지배하며, 세계섬을 지배하는 자가 전 세계를 지배한다"고 보았다.
지정학의 출발은 유럽(독일, 영국)을 중심으로 시작되었지만, 이후 발전은 세계패권국가로 등장한 미국에서 활발히 이루어진다. 그 중에서도 미국 봉쇄정책(Containment)의 아버지로 불리는 스파이크맨(N.J. Spykman)은 기존의 하트랜드 이론이 더 이상 국제정치 현실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며 림랜드 이론을 제시한다.
스파이크맨은 세계패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유라시아가 아닌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접점에 해당하는 공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이전에 맥킨더가 언급한 '내주 또는 연변의 초승달 지대(inner or marginal crescent)'를 스파이크맨은 '림랜드'로 고쳐 불렀다.
스파이크맨의 림랜드 이론에 따르면 미국이 세계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륙에서 해양으로 진출하려는 No.2국가(당시는 소비에트 연방)를 봉쇄해야만 한다. 스파이크맨의 이론에 영향을 받아 탄생한 미국의 전통적 외교정책인 봉쇄정책은 소련의 붕괴를 이끌어냈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주요한 미국의 외교전술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유럽진입을 갈망하는 민족주의자들의 봉기만으로 보기 어렵다. 그리고 기존의 경제, 문화, 개인단위의 분석만으로는 우크라이나라는 공간을 둘러싼 큰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다.
맥킨더의 '하트랜드'이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하트랜드 지역에 포함된다(하지만 1904년에 발표된 추축지대 개념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하트랜드 지역에 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후 미국 봉쇄정책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림랜드 이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림랜드 지역이다.
우크라이나 남쪽, 흑해를 향해 돌출한 크림반도가 갖는 지리적 요건을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는 림랜드에 가깝다. 크림반도는 흑해를 지나 유럽의 바다 '지중해'로 이어지는 중요한 해양로의 시발점이다. 러시아는 이곳에 세바스토폴 해군기지를 두고 있다. 최근 개발 중인 북극항로와 더불어 해양진출을 모색 중인 대륙세력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는 전략적 교두보이다.
반면 No.2국가(중국 혹은 러시아 같은 지역 내 패권국가)의 해양진출을 봉쇄해야 하는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에게 우크라이나는 적의 1차 공격을 방어해야 하는 최전방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