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 하나 내 놓더라도 손님 입맛에 맞을까 고민"

18년간 정들었던 곳 떠나는 '고향생각' 이미자씨

등록 2014.03.05 15:59수정 2014.03.0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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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의 <국수가 먹고 싶다> 중에서)


이상국 시인의 시에 딱 어울릴 법한 서귀포에서 유명한 국수집 '고향생각'이 18년간 정든 곳을 떠나 이달 13일 서귀포 신시가지로 이사를 간다. 이곳에 호텔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부산 출신으로 30여 년 전 제주에 놀러왔다가 제주가 좋아 눌러 앉게 된 이미자(68)씨는 식당 상호를 지은 연유를 묻자 "제주가 좋지만 그래도 언제나 고향이 그리워 '고향생각'이라고 짓게 됐다"며 밝게 웃었다.

국수집을 하기 전 10여 년 간 포장마차를 할 때도 자신을 어머니라고 부르는 손님들이 국수집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어머니 집'으로 지으라고 권유도 했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고향생각'으로 지었다고 이씨는 말했다.

돈 한 푼 없이 제주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던 이씨의 지난 30여 년의 제주생활은 세월의 무게만큼 신산함 그 자체였다. 당시 국수집을 열게 된 것도 자금이 제일 안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이씨는 18년 전 국수집 열게 된 때를 회상하며 당시 한 은행여직원이 자신의 적금으로 은행융자를 받아 물심양면으로 도와 준 사연을 소개하며 "죽어서도 그 고마움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디를 가나 진심은 통하는 법. 이씨는 자신의 국수집이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유명세를 탄 것에 대해 "반찬을 하나 내 놓더라도 손님의 입맛에 맞을까 고민을 하면서 음식을 만들었다"면서 "그런 마음이 손님들에게 잘 전해진 것 같다"고 답했다.

이씨는 고향생각, 국수생각이 간절한 이들을 위해 오늘도, 이사를 가는 그날도 여전히 오랜 경력에서 우러나오는 국수의 깊은 맛을 내고 '어머니의 마음'으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서귀포신문>에도 송고합니다.
#고향생각 #유명 국수집 #고기국수 #서귀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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