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음식진우는 인도에 닿은 그 날부터 현지인들처럼 손으로 음식을 먹었다.
이진우
진우는 인도에 닿은 순간부터 현지인처럼 인도음식을 먹었다. 숟가락이 있어도 손으로만 먹었다. 동행한 태종이는 물갈이 하고 아파서 한국음식을 먹고 싶어 했다. 진우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인도까지 와서 왜 한국음식을 고집할까? 돌아가면 실컷 먹을 텐데' 라고 생각했다. 근데 여행 4주차에 진우도 물갈이를 하며 된통 앓았다.
"그제서야 한국음식이 땡겼어요. 인도음식은 안 먹게 되고, 바나나 같은 과일만 먹었어요. 그때 느꼈죠. '내가 정말 이기적이었구나.' 한국음식이 세 배 정도 비싸기도 했어요. 세 끼 먹을 거를 한 끼에 먹는 거니까 한국음식을 자주 먹지는 않았어요. 근데 제가 아프고 나니까 태종이한테 미안했죠." 진우에게 여행자의 싹이 보였다 2월 중순. 진우가 인도에서 돌아온 지 사흘째 되던 날, 나는 진우를 만났다. 내 뜻대로 착착 되지 않던 인도에 갔다 오니까, 여유를 갖고 사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든단다. 늦게 시작한 공부지만 단단한 꿈이 있으니까 조바심도 나지 않는다. 올해 2학년이니까 두 번쯤 더 배낭여행을 갈 거라고. 사람들이 엄청 친절하고, 국물 요리가 있는 라오스와 태국에 갈 것 같다고.
나는 오래 전에 <인도 방랑>을 읽은 적 있다. 작가는 보잘것없는 여행을 하고 있을 때는 보잘것없는 사람과 만나지만, 높은 격의 인간을 만나는 여행도 좋은 건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악인, 속인이 마구 섞인 인도가 좋다고 했다. '걸을 때마다 내가 보였다'라는 문장을 읽을 때는, 작은 일에도 감수성이 확 열리는, 풋풋함을 보았다.
청춘이 바스라지고, 먹고 사는 일에 치이면, 여행도 나이 든다. 큰 돈 들여 멀리 갔으면서도, 보고 싶은 게 많지 않다. 군산 은파에서도 할 수 있는, 오리 배를 탄다.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 야밤에 슬그머니 나가 맥주나 홀짝인다. 일상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도 바쁘다고 못 한 일들을, 여행가서 하고 있다. 그게 시시하지가 않고 재미있다.
나는 진우가 한, 젊은 인도 여행이 궁금했다. 진우는 사진을 보내왔다. 타지마할 같은 이름난 곳에서 찍은 인증사진은 별로 없었다. 진우가 먹은 음식과 만났던 사람 사진이 많았다. 햐! 진우한테는 여행자의 싹이 보였다. 사람과 음식을 좋아해야만 계속 할 수 있는 긴 여행.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 폴로가 카메라를 가졌다면, 진우 같은 사진을 찍었을랑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