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일본에서 가장 존경하는 정신의학자 나까이 히사오는 '정신분열증 환자들의 망상이 사실은 굉장히 평범하고 지루한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권력욕은 내가 완벽하고,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할 수 있다는 욕망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질문하신 것처럼 지식인들 중에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내가 아는 것을 당신들에게 하사한다'는 식의 행동은 일종의 정신병리학적인 증상, 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희훈
-사사키 선생은 책에서 평론가를 '모든 문제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전문가를 '하나의 분야에 대해 모두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설명했습니다. 최근 전문가인 인문학자들로부터 인문학을 배우면서, 그들의 지식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그들이 '지식의 자본가'나 '지배자'처럼 행동하는 모습에 실망하게 됩니다. 이런 문제제기에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매우 어려운 질문이라 답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만, 제가 일본에서 가장 존경하는 정신의학자 나까이 히사오는 '정신분열증 환자들의 망상이 사실은 굉장히 평범하고 지루한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왜냐면 망상이라는 게 결국은 자신의 권력욕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권력욕은 내가 완벽하고,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할 수 있다는 욕망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질문하신 것처럼 지식인들 중에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내가 아는 것을 당신들에게 하사한다'는 식의 행동은 일종의 정신병리학적인 증상, 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건 한국에서뿐만이 아니라 일본과 프랑스 등 어디에나 존재하는 지식인들의 유형입니다.
보통 일반적으로 지식인들 중에는 도심의 돈 많은 부잣집에서 태어나 명문 초중고를 졸업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의 경우 친척이나 가까운 친구 중 정치인, 미디어계, 출판계로 진출한 중요한 인물들이 있게 마련이지요. 그렇다보니 주변인들이 나라의 주요지위를 독점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되고, 나아가 마치 자신도 국가에서 그런 위치에 있는 듯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이건 병에 걸린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사람일수록 '타자성'을 느끼는 게 중요합니다.
일례로 저는 무함마드가 쓴 코란을 보면서 한 구절이 아주 아름답다고 느꼈는데, '나는 시장을 헤매고 다니며 먹고사는 평범한 남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구절입니다. 그는 스스로 사람들에게 잘 먹혀들 수 있는, 기적을 일으키는 걸 거부했습니다. 제 좌우명은 버지니아 울프라는 작가가 한 말인데, 이 또한 같은 맥락입니다. '당신이 만약에 뭔가 쓰고자 한다면 생각하는 대로 쓰라, 그리고 존경하는 작가가 쓴 것과 그것을 비교하라'. 이는 당연히 매우 굴욕적인 방식이지만, 피해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길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스스로가 잘났다든가 가장 뛰어나다든가 그런 생각은 하지 못할 겁니다."
- 선생은 강의와 책을 통해 "문학이 혁명의 본질이며 세계를 변혁하는 것의 본질이다"라고 주장하셨습니다. 변혁된 세계의 모습, 이상적인 인간과 사회의 모습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일반적으로 저는 어떤 이미지를 그리는 게 자칫하면 망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피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것들을 상상하곤 합니다. 언젠가 사사키 아타루라는 인간이 쓴 것이 완전히 필요가 없어지는 그런 세계 말입니다. 제가 하는 사고방식이 흔한 사고방식이고, 사사키 아타루라는 사람이 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 세상이 바람직한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심리학자인 프로이트는, 본인이 고쳐줬던 정신병 환자가 찾아와서 선생님 덕에 나았다고 했을 때 매우 불쾌해했다고 합니다. 정신병이 고쳐진 것처럼 보일 뿐이지 아직도 의사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정말 고생해서 치료해 나은 환자가 아예 그 사실을 망각하고 은혜를 모르는 듯한 발언을 할 때, 프로이트는 기뻐했다고 합니다. 저도 제가 하고 있는 사고가 일반적인 사고가 되고, 제가 하고 있는 것들이 소멸되는 세계가 오길 바랍니다. 질 들뢰즈가 한 말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말 하나는 "나는 하나의 중계지점에 불과하다"는 말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의 역사에는 길고 긴 역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일본 열도 중에서도 시골이자 최북단 지역에서 태어난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게 일본이 조선을 침략했다는 사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죠. 그래서 제가 이런 얘기들을 여러분께 나눌 자격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만, 우리가 함께 뭔가를 만들어내는 게 가능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의 우정을 다시 한번 구축하고 새로운 오리진(Origin), 함께 미래를 그려 갈 공통의 기원을 만드는 게 불가능한 일일까요? 그것이 그저 잘못된 생각만은 아닐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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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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