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카톡아빠는 이 내용이 새삼스러웠지만 할아버지의 유언인지는 정말 몰랐다. 아직도 아빠의 핸드폰에 간직되어 있단다.
최요한
그런데 할아버지께서 껄끄러운 분들과 화해를 하셨다고 해서 문제는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아빠는 생각하고 있단다. 할아버지께서 2009년 12월 25일, 은퇴 장로로 추대되면서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교회를 정리하고 나오셨단다. 평생 교회 위해서 헌신하셨던 할아버지가 마지막에 가서 그 교회로부터 내쳐졌다는 사실이 아빠를 괴롭게 하지만, 이제는 그냥 기억에서 지우려고 한다. 역사의식 없는 교회는 교회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이 이야기는 나중에 들려줄게.
한결이가 크면 할아버지를 어떻게 기억할까?한결아! 75년 평생을 꼿꼿하게 사신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이렇게 몇 장의 글로 어떻게 정리할 수 있겠니? 일본의 식민치하, 전쟁, 학살, 쿠데타, 독재, 민주화 투쟁으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맞서 싸우셨던 할아버지께서 눈을 감으실 때, 한결이가 앞으로 커 나가야 하는 대한민국에 대해 얼마나 염려하셨을까?
아빠는 말이다, 아직도 충무로 백병원 앞을 지날 때면 가슴이 두근거린단다. 할아버지가 '슈퍼맨'이었던 이유는 독재정권의 주구들, 고문 경찰관들과 수사관들, 공안검사들에게 납치당해서 고문당할 때 원칙은 첫째로 묵비, 둘째로 단식, 셋째로 자해라는 것을 철저하게 지키셨고 또 외려 이를 무기로 삼으셨다는 것이다. 한결이는 이해하기 좀 어려울 거야. 하지만 할아버지는 그렇게 당하고 충무로 백병원에 실려와 입원하셨고, 아빠는 아주 어린 나이에 쓰러져 계신 할아버지를 숱하게 보아왔거든...
사랑하는 아들 한결아! 할아버지께서는 하늘의 별이 되셨지만, 더 이상 묵비와 단식과 자해를 무기로 삼을 일이 없는 천국에 가셨단다. 여전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할아버지께서 원하시는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넘치는 나라가 아니구나.
참! 아쉽고, 아쉽다. 이다음에 한결이가 커서 아빠의 이 글을 이해하게 될 때쯤 되면 우리나라가 그런 나라가 될까? 문득문득 이런 꼴을 보면서 울컥하게 되지만, 우리 한결이 은결이 윤결이 얼굴을 떠올리며 아빠는 묵묵히 아빠의 일을 한단다. 이다음에 할아버지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아빠와 우리 한결이가 되자꾸나.
PS. 정승의 개가 죽으면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정작 정승이 죽으면 을씨년스럽다는 옛말이 꼭 맞더군요. 아버지께서 비록 '정승'은 아닐지라도 정치권은 참 할 말을 잃게 했습니다. 한자로는 '문전작라(門前雀羅)'라고 한다지요? 그럼에도 지금도 전국에서 조문을 못 와서 미안하다고 연락하는 많은 분들이 계십니다. 아버님 이름으로 좋은 곳에 기부해 주십사 말씀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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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요한, 1969년 서울 산(産), 2000년부터 방송에 관심 있어 주변을 맴돌다 2005년 우연히 얻어 걸린 라디오 전화인터뷰부터 시사평론 방송시작, 2014년부터는 경제 Agenda에 집중, 시사경제평론을 하면서 몇몇 경제채널 출연하고 있음, 어떻게 하면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지 종일 고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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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품고 싸웠던 슈퍼맨 할아버지, 하늘의 별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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