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과 기타 두 현의 조화가 빚어낸 선율은 정순왕후의 기쁨과 슬픔, 아픔과 행복을 보다 극적으로 연출했고, 이는 관객들 저마다의 위로로 귀결됐다.
강동아트센터
수묵화폭의 영상을 배경으로 강은일의 해금 연주와 이정엽의 기타 연주가 사연과 사연 사이 적막을 깨고 무대를 가로질렀다. 강은일의 해금 선율은 정순왕후의 눈물이, 때론 비명이 되어 가슴을 에듯 아프게 했다. 이정엽의 기타 선율은 짧았지만 그래서 더욱 소중했던 단종과의 행복한 시간을 그려냈다. 두 현의 조화가 빚어낸 선율은 정순왕후의 기쁨과 슬픔, 아픔과 행복을 보다 극적으로 연출했고, 이는 관객들 저마다의 위로로 귀결됐다.
"당신, 나를 다시 만나면 칭찬해주셔요. 왜 이제야 왔나 탓하지 마시고 그동안 수고했다 애썼다 다독다독 어깨를 두들겨주셔요. 나는 죽지 않았습니다. 죽을 수가 없었습니다. 삶의 아름다움을 칭송할 수는 없을지언정 질기고 모진 목숨을 이어 이만큼이나 오래 살아내고야 만 것이, 결국 내게 허락된 유일한 복수였으니까요."곧 그리로 갈 터이니 잠시만, 아주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말과 함께 낭독은 마무리 지어졌다. 해금과 기타 선율이 무대를 감싼 가운데, 세찬 바람에 몸을 맡긴 듯 여지없이 흔들리면서도 꺾일 줄 모르는 작은 풀꽃 영상이 흐르고 있었다. 옆자리 중년 관객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다 지쳤는지 그냥 흐르도록 내버려둔 듯 보였다. 단 2회 공연에 그쳤으나 그 시간을 함께한 필부필부(匹夫匹婦)에게 있어서만은 뜻밖에 마주한 따뜻한 위로가 여간 고마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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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 따뜻한 위로, 낭독 연극 <영영이별 영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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