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통일부장관이 지난 2월 10일 국회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오른쪽은 김관진 국방부장관.
남소연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이 정부에게 5년마다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의무로 규정한 이유는 정부가 남북관계발전을 위한 중·장기적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통일정책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모아 남남갈등을 방지하는 한편, 예측 가능한 남북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은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여야 대표가 제안한 바와 같이 "국민적 합의에 기반하여 대북정책을 적극적·능동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국정의 기본계획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통일부는 국무회의의 심의도 받지 않겠다고 하고 있고, '국회의 동의'도 받지 않겠다고 한다. 이같은 이유 하나만으로 제2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은 5개월째 방치됐다. 이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다. 이런 통일부의 대응은 "통일은 대박"이라고 언급한 박근혜 대통령의 말조차 믿기 어렵게 만든다.
대통령의 '통일준비위 구성'도 좋고, 여야 대표의 기구 설치 제안도 좋다. 하지만 그에 앞서 정부와 국회는 제2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을 어떻게 확정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헌법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국무회의 심의'나 '국회 동의' 절차를 진행하는 게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통일 대박' 원한다면 이것부터 하라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꿰어 바느질을 할 수는 없다. 말뿐인 '통일 대박론', 그저 위원회 하나 설치한다고 해서 통일이 앞당겨질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통일부라는 중앙행정부처를 두고 있지만, 통일부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첫 남북 당국자간 대화 협의과정에서 '격'을 이유로 회담 자체를 무산시켰던 통일부는 지금 어디에 있나? 여야 대표는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 통일을 준비하는 별도의 기구를 만들겠다고 하는 지금, 제2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통일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박근혜 정부 이후 5년 만에 다시 부활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출범과 함께 NSC 안보전략비서관에 내정됐던 천해성 전 통일부 정책실장은 내정된 지 1주일 만에 경질됐다. 현재 NSC 내 통일부 공무원은 6급 공무원 한 명에 불과하다. '통일준비위'라는 새로운 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에 앞서 통일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정부 내 위상과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정부가 진정으로 '통일 대박'을 바란다면 남북간 교류의 문을 막고 있는 장애물을 치워야 한다. 지금 남북간 인적·경제적 교류의 문은 수년째 근본적으로 막혀 있다. 남북간 인적 교류의 장이었던 금강산 관광은 2008년 10월 이후 5년 넘도록 중단됐고, 남북간 경제 교류를 전면차단하는 2010년 5·24조치는 박근혜 정부 2년 차인 지금도 여전하다.
통일은 대박이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준비된 통일이어야만 진정한 대박이 될 수 있다. 통일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동의를 모은 기본계획과 이를 바탕으로 한 연도별 계획이 체계적으로 수립되고 이행돼야 한다.
정부와 여야 대표의 '기구 구성' 주장에 앞서 법에서 정한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연도별 계획을 상세히 수립해 국민 앞에 내놓는 것이 먼저다. 또한 통일부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조치 해제를 통해 '통일 대박'을 위한 남북한간 교류의 문을 열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통일 준비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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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통일대박론' 발목잡는 건 바로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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