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여객 뱃삯, 대중교통처럼 만들면 안 될까"

인천도서지역 뱃삯 지원사업 논란, 해법은 없나? (하)

등록 2014.02.26 15:02수정 2014.02.2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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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안여객 인천항 연안부두와 서해5도를 오가는 소형 연안여객선이 대청도에 들어서고 있다. ⓒ 김갑봉


인천시와 옹진군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인천 도서(섬) 지역 활성화를 위해 연안여객 뱃삯 지원 대상을 인천시민에서 전 국민으로 확대했다. 이 뱃삯 지원 사업은 여객선 이용요금의 일부를 인천시와 옹진군의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과 더불어 여객선 운영회사(아래 여객선사)에 이용요금의 일정 비율을 할인하게 하는 사업이다.

뱃삯을 지원하면 그만큼 방문객이 늘어 도서 지역을 활성화할 수 있고, 여객선사의 경우 운임을 할인해 준만큼 이용객이 늘어 손실액을 보전할 수 있다는 예측에서 이 사업이 시작됐다.

소형 선사 적자지속 되면 여객선 운영 어려워

예측대로 도서지역과 여객선사가 혜택을 누렸을까. 인천과 백령면을 운항하는 여객선사는 3곳으로 두 곳은 소형 선박을 운영하고, 나머지는 대형 선박을 운영한다. 뱃삯 지원 사업 이후 서해 5도 방문객은 늘어났지만, 이는 대형선박에 집중됐다. 소형 선박 이용객은 비슷하거나 되레 줄어들었다.

2012년 7월 27일 취항 이후 그해 12월 31일까지 8만3130여 명을 수송한 대형 선사는 2013년 같은 기간에 11만200여 명을 수송했다. 무려 32.5% 증가했다. 하지만, 2012년 같은 기간에 소형 선사인 A사는 3만8010여 명을 수송했는데 2013년 같은 기간에 3만8600여 명을 수송해 1.5%(590여 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형 선사 B사는 2012년 같은 기간에 3만6580여 명을 수송했지만, 2013년 같은 기간에는 오히려 3.4%(1230여 명) 감소한 3만5340여 명을 수송했다.

2012년 7월 대형 선박이 취항하기 전까지 인천과 백령면을 오가는 선박은 모두 소형 선박이었다. 뱃삯 지원 사업 시행으로 여객은 늘었지만, 대형 선박의 등장 후 여객이 대형선박에 집중된 것이다.

2010년 전체 여객 23만1260명에서 2011년 28만4720명으로 약 5만3460명(23%) 늘었고, 2012년에는 32만3450명으로 2011년보다 3만8730명(13%)이 늘었으며, 2013년에는 37만3200명으로 2012년보다 4만9750명(15%) 늘었다.


뱃삯 지원 사업을 통해 연 평균 17%씩 백력면 방문객이 늘어난 셈이다. 그러나 소형 선박의 여객수송인원을 비교해보면 대형 선박이 취항한 뒤 여객은 대형선박에 집중됐음을 알 수 있다.

A사는 2010년 9만6410명, 2011년 11만1760명, 2012년 10만7010명, 2013년 8만8080명을 각각 수송했다. 2012년 7월까지 증가세를 기록하다가 감소했다. B사 역시 2010년 6만9520명, 2011년 9만6420명, 2012년 9만1030명, 2013년 7만8230명으로, 2012년 7월 이후 감소했다. 소형 선사인 C사는 2010년 6만5320명, 2011년 7만6540명, 2012년 7월 대형 선박이 취항하기 전까지 4만4970명을 수송했다. C사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여객사업을 포기했다.


옹진군은 올해 연안여객 뱃삯 50% 지원 사업을 실시하면서 여객선사가 15%를 부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앞서 여객선사가 10%를 부담했을 때, A사는 2012년 3억 원 적자를, 2013년에는 6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여객선사 부담률이 15%가 되면 추가되는 예상 적자액은 약 2억7500만 원. 즉, 도서지역 활성화라는 취지에서 시작한 뱃삯 지원 사업이 소형 여객선사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드러난다.

이 사업이 이대로 진행될 경우, 소형 여객선사는 적자에 허덕일 수밖에 없고 적자를 이기지 못한 여객선사는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이는 연안여객사업 독점화로 이어질 수 있다.

연안여객 뱃삯 지원, 요금대중화로 풀어야

현재 '인천~백령도' 여객선 왕복운임은 소형 선박 12만3500원, 대형 선박 13만1500원이다. '인천~대청도·소청도' 왕복운임은 각각 약 11만 원과 12만 원이며, '인천~연평도' 왕복운임은 각각 9만5100원·10만9100원이다. 서해 5도 뱃삯이 웬만한 저가항공사의 '김포∼제주' 왕복 항공료보다도 더 비싼 상황이다.

현재 서해 5도 주민은 국비와 시비 지원으로 5000원만 내면 되고, 인천시민은 운임의 50%를 할인받고 있다. 다른 시·도 주민은 비수기 때만 50%를 할인받는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지점은 서해 5도 주민이 아닌 인천시민과 타 시·도 주민이 50%를 할인 받을 때 여객선사가 부담하는 15%다. 여객선사들이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운항하는 날이 대부분인 데다 여객선 운용비와 유류비 상승까지 겹쳐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이 와중에 여객선사 부담이 15%가 되면 이들은 더욱 심한 경영난에 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다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서해 5도를 포함한 인천 도서민 여객운임 지원비는 85억 원인데, 이중 국비는 22억 원에 불과했다. 다른 시·도 주민을 위한 국비 지원은 없었다. 정부가 연평도 포격사건을 계기로 '서해 5도 종합발전계획'을 세웠지만, 여객 운임 지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서해 5도 방문객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연안여객선 운임을 낮추려면 여객선사의 운임 인하 노력과 함께 정부의 지원이 강구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새누리당 박상은(인천 중·동구, 옹진군) 의원이 발의한 '도서지역 해상 대중교통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지난해 6월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로 현재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의 주요 골자는 여객선을 일반 대중교통수단에 포함해 여객선 운임 비용과 노후 여객선 교체 비용 등을 정부가 일부 지원하는 것이다. 버스처럼 준공영제를 실시한다는 내용으로, 연안여객 이용자가 많은 도서지역이 그 대상이다.

이와 관련해 허선규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해양위원장은 "연안 여객선의 운임은 육지 교통수단에 비해 최대 9배 이상 비싸고, 사회간접자본 투자에서도 소외돼 있다"면서 "예천공항의 경우 공사비 386억 원을 투입했지만 승객이 없어 2004년 폐쇄했고, 양양공항은 3567억 원을 투입했지만 역시 승객이 없어 조종사 훈련장으로 사용 중이다, 무안국제공항은 3056억 원을 투자했지만 이용객이 공항 직원 350명보다 더 적다"고 지적했다.

허 위원장은 또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정부가 서해 5도를 종합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면서 "서해 5도를 지원하는 가장 큰 일은 관광객이 많이 늘어나는 것인데, 핵심은 여객선 이용요금을 대중교통처럼 대중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요금 대중화 사업은 500억 원이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연안여객 #연안부두 #해상교통 요금대중화 #서해5도 #옹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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