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골기왕과 왕족의 시신 뼈를 씻어 담는 항아리이다.
노시경
아쉽게도 타마우돈 박물관의 설명문은 대부분 일본어로 돼 있어서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나는 한자를 읽으며 설명문의 뜻을 대충 읽었다. 아! 이 도기 그릇은 바로 시신의 유골들을 씻어서 담는 항아리인 장골기(藏骨器)였다. 이 항아리는 왕의 시신의 뼈를 보관하던 항아리였던 것이다. 이 장골기들 중 상당수는 도굴꾼에게 도난당하고 태평양 전쟁 중의 폭격으로 소실되기도 했지만, 타마우돈 내에 잘 보관됐던 일부 장골기들은 일부가 살아남아 그 생명을 이 박물관 안에서 유지하고 있었다.
살아있을 당시의 왕의 모습이 모두 다르듯 장골기의 외관도 왕마다 모두 다르다. 박물관 입구에 있는 장골기들은 타마우돈 초기의 장골기들인데 투박한 도기에 모양도 수수하다. 푸른색의 코발트 염료가 칠해진 장골기는 20세기 초반에 만들어진 것이다. 언뜻 화려해 보이기도 하지만 신성해야 할 왕릉에서 너무 튀는 색상인 듯하다. 이 푸른 장골기는 타마우돈 초기 장골기에서 느껴지는 역사적 무게는 느껴지지 않는다. 화려함이 지나쳐서 오히려 왕릉의 경건함을 떨어뜨리고 있다.
오키나와는 '세골(洗骨)'이라는 장례법으로 유명하다. 이는 시신을 한 장소에 보관해 살 부분이 썩어 없어지면 뼈를 씻어 뼈항아리에 보관하는 장례법이다. 이 풍습은 특이하게도 태평양을 둘러싼 바닷가 지역에 넓게 퍼진 풍습으로 우리나라 전남의 영암 등지에서도 발견된다. 전남 지방에 동남아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장례 관습이 전래된 것이다.
타마우돈 박물관 안에는 세골과 장골기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유물 설명이 아주 쉬운 대화식으로 풀어져서 어린 학생들이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을 것 같다. 타마우돈 석실의 가운데 방에 왕과 왕비의 시신을 모셔뒀다가 뼈만 남으면 씻어서 뼈항아리에 담아 옆방으로 옮긴다고 한다. 오키나와의 타마우돈에 모셔진 왕과 왕족의 시신들도 이러한 세골 과정을 거쳐서 뼈 항아리에 담긴 것이다. 이 과정은 만화로 설명돼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오키나와에 남아있는 고려의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