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폰의 폐해-아이들의 중독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조금씩 보여주던 스마트 폰에 이제는 중독이 되어 가는 아이들. 스마트 폰을 버릴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이정혁
2년 전, 새로운 세상이 열릴 거라는 후배의 말에 반신반의하며 '스마트교'의 대열에 합류했다. 새로운 세상, 그 말은 정확한 표현이었다. 손바닥만한 작은 기계 안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길치인 나를 위해 길찾기 앱이 깔리고, 기차 예매, 시내버스 도착 시간등을 시작으로 심심할 때 놀아주는 게임에다, 아이 가진 부모의 필수 동영상인 뽀로로까지, 원하는 무엇이든 그 안에 들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카친, 페친에 트친까지, 평생 사귄 친구들의 백배가 넘는 사람들과의 교제가 시작되었다. 사람들과의 소통은 분주했고, 각종 모임 등이 결성되었으며, 소속감에 불타 올랐다. 이제 나는 어디에 가도 외롭지 않다. 스마트폰 속의 그 많은 친구들이 1시간이 멀다하고 안부를 물어오고, 나 역시 그네들의 멘트에 오글거리는 댓글을 달아줘야 하니까. 도저히 외로울 틈이 없다.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과 장점은 회사의 매뉴얼만 옮겨 놓아도, 책 한 권 분량은 될 것이다. 지면을 할애해서 구구절절 적는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고, 이제 스마트폰과의 이별을 앞두고 그녀와의 좋았던 기억들 몇 가지만 떠올려보려고 한다. 일종의 작별의식이다.
스마트폰은 '홍의장군 곽재우'와 같아서 우는 아이도 멈추게 하는 힘이 있다. TV광고에서 소개된 것처럼, 두세 살 아가들의 맹목적인 울음도 스마트폰 속 뽀로로나 코코몽이면 해결된다. 아이들에게 전자파가 해가 되는 걸 알면서도 그 고요의 달콤함은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다. 사람 많은 식당이나 기차 객실에서 특히나 효력을 발휘한다. 울며 겨자먹기로 고사리 같은 두 손에 폰을 들려준다.
시내버스 운행 위치 조회. 이건 정말 기똥차게 잘 만들었다. 뱃살빼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버스를 타고 출퇴근한 기간이 있었는데(오래 가지는 못했지만), 직원이 깔아준 버스 운행 시간 앱은 현재 버스의 위치를 알려주어 정류장에서 시간 낭비하는 일을 없애 주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다. 개인용 인공위성을 돌리는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