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바위
유혜준
숲으로 들어서다 숲에서 내려오는 어린아이들을 만났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몰고 숲에 놀러 갔던 모양이다.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소리가 황량한 겨울숲으로 퍼져 나간다. 아이들이 입고 있는 울긋불긋한 색채의 옷이 숲을 환하게 되살아나게 한다.
숫돌고개를 지난다. 1593년 1월, 임진왜란 당시 이여송이 이끌던 명나라 군사와 일본군이 이 고개에서 전투를 치렀다는 전설이 서려 있는 곳이다. 일본군을 만만하게 봤던 이여송은 전투에서 패했고, 훗날 복수를 다짐하면서 숫돌고개의 큰 바위에 칼을 갈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거북바위 앞에는 표지판이 세워졌다. 거북바위는 솔직히 자세히 들여다봐야 거북이 모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바위다. 여기에도 전설은 깃들어 있다. 북한산에서 살던 거북이가 창릉천으로 물놀이를 왔단다. 거북이가 산에 살면 되나, 물에서 살아야지. 창릉천에서 놀던 거북이는 어찌된 연유로 산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바위가 됐다. 흙속에 파묻힌 거북이 다리가 드러나면 창릉천이 마른다는 전설이 있다는데 진짜일까?
길은 황량한 겨울 숲으로 구불거리면서 이어진다. 먼발치에서 앞으로 걸을 길을 내다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뛴다. 길이 나를 은근하게 부르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은은한 나무 향이 흐르는 숲길. 나도 모르게 걸음을 재촉한다. 걸음이 빨라지는 것이다. 함께 걷는 안보선 팀장이 뭘 그리 서두르느냐고 핀잔이다. 천천히 걷잔다.
숲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것 같다고 말하면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