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밭사이로 '걷는 독서' >를 감상하고 있는 수녀당나귀를 이끌고 밀밭사이로 걸으며 책을 읽는 소녀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감상하고 있는 수녀.
이승훈
그 '영혼'에 대한 메시지는 사진 오른 편에 달린 글들로부터, 흑백의 사진으로부터 그리고 공간에 퍼지는 음악으로부터 잔잔한 호수의 물결처럼 전시를 관람하는 내내 지속적인 울림으로 다가왔다.
울려 퍼지는 음악은 내 마음을 호수처럼 잔잔하게 만들었다. 길게 이어지는 사진과 글들은 잔잔해진 호수에 '돌'을 던진다. 호수에 날아온 '돌'은 항상 내재하지만 어느 순간 화석처럼 굳어져버린 것들을 끊임없이 깨트리고 있었다.
인도 라자스탄에 어느 어린 소녀의 눈동자에서 웅장한 성전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여신의 본능을(사진 : 라자스탄의 소녀). 쓰나미로 폐허가 되었던 인도네시아 울렐르 마을 스물다섯 청년에게서 절망의 바닥에서 움트고 숲이 되어버린 희망을(사진 : 파도 속에 심은 나무가 숲을 이루다), 수확을 마친 농부 아버지가 아들에게 '시간의 선물'을 주는 모습 속에서 진정 살아있음을(사진 : 아빠의 '시간 선물').
마치 그는 얼어붙은 차가운 얼음을 깨는 장인처럼 내 마음의 한 부근을 계속해서 깨트리고 있었다.
그는 정확히 내 심연의 '무엇'을 건드렸던 것일까. 전시의 중간 부근에 이르렀을 때, 그의 돌은 내 심연에 화석처럼 굳어져 있던 껍질에 금을 내었다. 벽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그의 글과 그가 살아온 흔적들은 그것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박노해의 시詩 : 그 길이 나를 찾아왔다)
'무엇'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피해야겠다. 혹여나 아직 전시를 보지 못한 이들이 이 글을 읽고 깨우침에 방해가 될 수 있기에 조금은 여백을 남겨둬야겠다. 전시를 보러가는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숨어있을지 모르는 진귀한 '무엇'을 위해.
전시는 2월 5일부터 시작하여 3월 3일까지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된다. 대략 열흘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다. 그 외 전시관련 자료는
홈페이지와
Facebook 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전시를 보고 그들만의 진실한 촛불을 밝히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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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새기기엔 아까운 전시, 박노해의 다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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