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교황청이 발행하는 일간지 <로세르바또레 로마노> 20일자 보도에 따르면 염수정 추기경은 이날 인터뷰에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의 주장은 비이성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로세르바또레 로마노
염수정 추기경이 최근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아래 사제단)의 시국 미사와 관련해서 "사제단 신부들의 주장은 완전히 비이성적"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인터뷰의 내용은 염 추기경이 지난해 11월 "사제가 정치, 사회문제에 직접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보수적인 성향의 견해와 일맥상통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에서는 보도자료를 통해서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의 보도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교구는 문제가 된 인터뷰 내용이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사제는 정치·사회문제에 개입하지 말라고?사제는 배후조종이나 하고 신도들이 알아서 참여하도록 하라는 이야긴가? 사제들은 그저 사상적인 유희에나 머물라는 이야긴가? 종교의 정치, 사회문제에 대한 참여 문제는 '정교분리'와 '정교일치'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가 권력을 지향하는 것에 대한 문제다. 개신교의 한기총이나 보수기독교단체처럼 권력 지향적인 성향을 추구하는 것이 문제지, 불의한 현실을 만들어가는 권력자들에 대한 비판과 억눌린 자들, 사회적인 약자를 대변하는 일에 직접 나서는 일은 종교의 신성한 의무다.
이러한 신성한 의무 앞에서 '사제는 뒤로 빠져 있어야 한다'는 식의 발언은 인간의 삶이 의도하지 않든 의도하든 정치, 경제, 사회문제와 깊숙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간과하는 것이다. 누구도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 동떨어져 있지 않으며, 사제의 신앙적인 행동 역시도 정치, 사회문제에 직접적인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예수의 삶을 돌이켜 보면, 그는 뒤에서 군중을 선동하거나 혹은 제자들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그 삶을 직접 살아감으로써 본을 보였다. 그 정점이 십자가의 고난을 친히 감당한 것이다. 그의 관심은 오직 '하나님 나라'였으나, 현실에서는 그를 정치범으로 다뤘다.
불의한 권력에 대해 예언자들은 어떻게 대처했는가. 다윗이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를 범하고, 그를 위해 충성했던 우리야를 전쟁터에 나가 죽게 했을 때, 예언자 나단은 직접 왕 앞으로 나가서 "당신이 나쁜 사람!"이라고 외쳤다. 불의한 아합 왕과 엘리야의 싸움은 목숨을 내건 직접적인 싸움이었다. 이런 모습은 신앙적인 행동이었지만, 결국 정치의 문제나 사회의 문제와 다른 것이 아니었다. 구약의 다른 예언자들을 예로 들지 않아도 예언자들이 직접 정치, 사회문제에 개입하여 적극 행동했음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러므로 염수경 추기경은 사제들에게 "정치, 사회문제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가 아니라, 적극 개입하는 것이 사제의 본연의 임무라고 말해줘야 한다.
천주교가 개신교보다 인정을 받는 이유
큰 틀에서 '기독교'의 범주 안에 개신교와 천주교가 들어 있다. 그러므로 개신교가 타락할수록 천주교로 이동하는 기독교 인구는 증가한다. 일부 보수적이고 몰지각한 개신교에서는 천주교를 이단이라고 매도하기도 하지만, 개신교에서 실망한 합리적인 신앙을 가진 이들이라면 이단을 선택하기보다 천주교를 선호하는 것이다.
게다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천주교의 예식은 오히려 종교적인 감성들을 채워주어 현대인들의 종교적인 심성들을 채워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사제단의 활동이다. 각종 사회문제와 정치문제에 대해 '천주교는 하나의 목소리를 낸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사제단은 다소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고 전체적으로는 다소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하면서, 보수와 진보 둘 다 껴안을 수 있었던 것이다.
개신교처럼 진보와 보수로 극명하게 나뉘지 않고, 하나의 교회로 존재한 것이 천주교의 장점이었다. 개신교는 워낙 대형 보수교회나 단체들이 권력 지향적인 데다가, 이런저런 사회적인 물의를 많이 일으키다 보니 그 이미지가 추락할 대로 추락하여 마침내 '개독교'라 불리게 되었다. 천주교의 사제격인 목사는 '먹사'로 추락했다.
천주교가 하나의 교회로, 진보와 보수를 아우른다는 이미지를 준 것이 개신교와의 차별성이기도 했으며, 그런 점을 일반인들도 높게 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