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사 논고>(니콜로 마키아벨리 저/강정인,안선재 공역) 겉그림.
한길사
여기서 그는 공화주의자를 만나게 되고 공화정의 원형인 로마를 새로이 만나게 된다. 그는 이 모임을 통해 하나의 성과를 얻게 되는 데, 그것이 바로 <로마사논고>라는 책을 쓰게 된 것이다. 이 책은 그의 가장 긴 저서이며 <군주론>과 함께 그의 독창적인 정치철학을 알 수 있는 또 다른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마키아벨리는 한 책(<군주론>)에서 군주정을 옹호하고, 다른 책(<로마사논고>)에서는 공화정을 옹호했다. 그렇다면 과연 그의 정치사상이 정확히 무엇일까? 솔직히 판단하기 어렵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사상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몇 가지 설명이 있지만, 나로서는 그중에서 한 가지를 더 신뢰한다.
마키아벨리는 당시 피렌체의 정치상황을 매우 절망적으로 봤다. 그래서 그 절망적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으로 메디치가의 전제정(군주정)으로 보고 <군주론>을 집필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전혀 현실에 반영될 수 없었고 그 중심엔 메디치 가문이 있었던 것이다. 이제 그가 취할 수 있는 것이란 메디치 가문에서 벗어나 또 다른 정치체제를 꿈꾸는 것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바로 공화주의에 대한 희망이었다.
<로마사논고>는 마키아벨리 사후 4년 뒤인 1531년 출간됐는데,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질문은 '무엇이 로마공화정으로 하여금 위대한 제국을 건설토록 하였는가'였다. 이에 대해 국내외의 많은 정치절학자들은 마키아벨리가 말한 '자유'라는 말에 방점을 찍는다. 마키아벨리가 로마공화정이 제국화되는 데 핵심적인 철학으로 발견한 것이 로마인들의 자유정신이었다는 것이다. 자유는 정치적 차원에서 대외적으로는 외국의 지배로부터 자유롭고 대내적으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와 개입을 통해 자치적인 정부를 엮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계속 읽다 보면 마키아벨리가 위대한 로마제국이 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지목한 '자유'의 근원적 뿌리도 이해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로마인의 비르투라는 것이 눈길을 끈다. 이것은 로마인이 바라던 인간으로서의 탁월한 덕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러한 덕성이 자유의 뿌리를 이룬다는 것이다. 로마인들에게 행운의 여신(포르투나)이 아무리 축복을 했다 해도 대중과 그를 지도하는 정치인들 개개인의 탁월한 품성이 없었다면 로마공화정은 결코 성공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거기에다 마키아벨리는 두 가지를 더한다. 하나는 좋은 법률이고, 또 하나는 종교다. 로마공화정이 성공한 것은 인간의 비르투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고 그것을 법률이라는 규범으로 강제하고 적절히 종교를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짚어낸다. 하지만 후일 기독교는 로마인들이 생각한 전통적인 종교와는 달랐고 여기에서 로마의 균열은 시작될 수밖에 없었다.
<로마사논고>는 내게 로마를 깊이 이해하는 데 많은 것을 선물했다. 적어도 나는 이 책을 통해 로마인들의 자유의 정신을 이해했고, 법과 종교의 역할을 이해했으며, 더욱 왜 로마가 멸망의 길로 갈 수밖에 없었는지도 이해했다. 내가 이해하는 한도에서는 <로마사논고>에서 종교의 역할이나 로마 쇠망의 원인은 후일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로 연결되고,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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