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이후 독일의 에너지조합 등록 건수. 연간 등록 에너지 조합, 단위 개수
염광희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를 가능게하는 법 재생가능에너지법을 빼고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야기 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법은 세계에너지기구에서도 인정한 가장 효율적이며 경제적인 재생가능에너지 보급 정책입니다.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등 자연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기술은 기존의 석탄 화력, 원자력보다 전기를 생산하는데 돈이 더 들었습니다(현재에는 태양광 발전만이 기존의 에너지에 비해 비쌉니다만 이 또한 조만간 역전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렇기에 재생가능에너지 전기는 경제성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지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독일 정부는 각 재생가능에너지 기술별 전기 요금을 법으로 정했습니다. 태양광발전기나 풍력발전기를 설치한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게 하려고, 그래서 재생가능에너지가 널리 보급되도록 유인하는 정책이었던 것이지요.
우리나라도 2002년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법을 따라서 '발전차액지원제도'라는 것을 만들어 시행했습니다. 강원도 대관령에 설치된 풍력발전기나 부안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기는 모두 이 제도가 있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제도와 독일법에는 결정인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을 어떻게 나누느냐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직결되지 못하도록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일부를 떼어내 재생에너지 확대에 할애했고(그렇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보급이 예산 범위 내로 '제한'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면 독일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모든 부담을 전 국민이 고루 나누기로 했습니다. 소위 '공동 부담의 원칙'입니다. 재생가능에너지가 확대될수록 독일 국민들은 그만큼 인상된 전기요금을 납부해야 하는 것입니다.
최근 독일 정부 여당에서 옥신각신하는 것은 이 재생가능에너지 전기요금 수준을 낮추자는 데 따른 것입니다. 독일 재생가능에너지법은 기술개발 속도에 맞추어 정해진 기간마다 각각의 재생가능에너지 전기요금을 다시 책정토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가령 지금은 태양광 발전기 가격이 100원이어서 전기요금을 1원으로 책정했지만, 2년 후 태양광 산업이 발전해 발전기 가격이 80원으로 내려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때에도 태양광 전기요금을 2년 전 가격인 1원 그대로 받는다면,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한 사람은 떼돈을 벌겠지만, '공동 부담의 원칙'에 따라 결국은 독일 국민들이 이 부담을 나눠 짊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 거죠. 태양광 산업의 엄청난 발전으로 인해 태양광발전기 가격이 법에서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떨어진 것입니다. 또 후쿠시마 이후 독일 국민들이 엄청난 규모의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기도 했고요. 2010년 이후로 원전 10기 이상에 해당하는 15GW가 설치되었습니다.
독일의 전국적인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로 kWh당 추가되는 전기요금이 2011년에는 3.53센트였으나, 2012년 3.59센트, 2013년 5.28센트 그리고 올 해에는 6.24센트로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이는 현재 독일 전기가격 단가인 kWh당 약 29센트(1유로=100센트, 약 450원)의 21.7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독일 정부는 전기요금의 급격한 인상에 약간의 속도조절을 위해 법에서 정한 재생가능에너지 기술별 전기요금을 조정하려고 나섰는데요. 결코 재생가능에너지를 포기하거나 원자력발전 폐쇄를 번복하기 위함이 아님에도 하루라도 빨리 핵발전 폐쇄를 원하는 독일 시민단체들은 '가속이 붙은 에너지전환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라며 정부에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들은 오는 3월 22일 킬, 포츠담, 하노버, 뒤셀도르프 등 7개 주의 중심도시에서 에너지전환을 위한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소비가 계속 늘어나는 한국독일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 연구로 박사과정 공부 중인 저는 에너지 문제에 있어 독일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는 한국 뉴스를 계속 접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사고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위기가 기회'라며 다른 선진국이 포기하는 사양 산업인 핵발전에 집중 투자하는 모습을 보여주더니, 박근혜 대통령 또한 지난 1월 14일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하며 지난 정부의 핵 발전 확대정책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이 와중에 밀양에서는 송전탑 반대를 외치며 두 어르신이 자신의 숨을 끊었을 뿐 아니라, 매서운 추운 겨울 날씨에 할매 할배들이 공권력에 맞서 힘에 부치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