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 회의 모습.
통일부 제공
네 시간은 남북 양측이 정책기조에 대해서 충분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다. 이 과정에서 상호간에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공동보도문을 내기 위한 수석대표회담에 들어갔던 것이다. 물론 첫날 고위급 접촉은 공동보도문을 내지 못하고 그대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북한의 원동연 통전부 부부장은 평양으로 돌아가지 않고 개성에 머물면서 공동보도문을 작성하라는 평양의 훈령을 받았다. 북한이 2차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고 거기서 신속하게 공동보도문이 합의된 배경이다.
짚어봐야 할 대목은 첫날 고위급 접촉에서 양측이 나눈 대화이다. 첫날 고위급 회담이 추후 접촉 약속 없이 종결되었지만,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회담 결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민경욱 대변인은 13일 오전 "(이번 고위급 접촉을 통해) 북측의 의도를 확실히 알았고, 우리도 북측에 우리의 원칙을 확실히 설명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북측이 존엄 모독, 언론비방과 중상, 키 리졸브 등 주제를 얼마나 크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남측 대표였던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도 최종 결과를 설명하면서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북측에 충분히 설명했고 북측도 이해를 했다고 말했다.
남북, 네 시간 동안 어떤 대화 나눴을까민경욱 대변인, 김규현 1차장의 발언과 첫날 회담의 시간 등을 고려한다면 남북은 양쪽의 정책기조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을 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박근혜 정부 임기동안의 남북관계 목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지 의견이 오고갔을 것이다.
여기서 주복할 만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1월 6일 연두회견에서 내년이 분단 70년이라고 하면서 '통일시대'를 준비하겠다고 한 점이다. 마치 1990년대 초반 시민사회와 종교계에서 1995년 분단 50년을 통일원년으로 만들자고 캠페인을 전개했던 것을 연상하게 한다. 김대중 대통령도 1990년대에 1995년에 국가연합식 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연설한 바 있다.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다면 남북관계는 '분단 70년'을 향해 달리게 되어 있다. 남북 고위급 접촉 이후 현재 북한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 대변인도 북한이 최고존엄 모독, 언론비방과 중상, 키 리졸브 등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해가 있다면 DMZ 국제평화공원, 북한의 특구에 대한 남한의 진출 등 후속 조치들이 이어질 수 있다. 2014년은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해가 될 수 있다.
물론 3월까지 진행될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에 미국의 B-52, F-22와 같은 전략무기가 참가하지 않는 것,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5.24 조치와 금강산 관광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쌓여 있다.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남북관계를 국내정치에 활용하기 위해 다시 종북몰이를 하려는 세력이 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말처럼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관계의 첫단추이고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한 신뢰의 벽돌을 하나 놓는 것이다. 이러한 신뢰가 바탕이 된다면 난제를 해결할 방법도 생기기 마련이다.
과거 1960년대 말 1.21 사태, 울진삼척 공비사태 등 북한의 도발이 극심했지만 박정희 대통령은 1970년에 8.15평화통일선언을 했다. 그리고 1971년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이 열렸고, 이러한 흐름속에서 1972년에 7.4남북공동성명이 채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