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벨은 최후의 보루였던 어윈에게마저 배반당하며 그들의 강압적 신념에 압사당한다.
Story P
하지만 그들이 그녀의 신념을 위선이라 몰아세우며 갖은 비난과 증오를 퍼부어대는 이유는 따로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들은 그녀의 신념이 잘못된 것이라고 닦달해야만 했다. 그렇게 해야 그들이 믿어온 신념이 지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들의 신념에는 커다란 맹점이 있다.
그 신념은 주체적 진실에 대한 믿음(태도)이 아닌, 일반화된 권위(돈)에 대한 믿음이자 확신인 까닭이다. 에리히 프롬에 따르면 그들의 신념은 "그 신념을 전파하고 지키는 사람들의 권력이 확고부동해 보이기 때문에 믿어지는 방식"에 가깝다. 본디 그것은 "하나의 규모가 큰 집단에 가입하기 위한 입회증이며, 스스로 생각하여 결정을 내리는 어려운 일을 면제해주는 면죄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녀의 신념은 그들의 신념 아닌 신념과 사사건건 대립을 불러일으키며 예정된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마리온과 톰의 제안에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내어주어야만 했던 이사벨은 최후의 보루였던 어윈에게마저 배반당하며 그들의 강압적 신념에 압사당한다. 사력을 다해 자신의 신념을 지켜낸 이사벨에게 남겨진 건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날 선 증오, 그리고 죽음뿐이다.
그러나 죽음을 담보로 그녀는 결국 자신의 신념을 지켜낼 수 있었다. 마리온으로 상징되는, 자본에 잠식당한 모든 이들이 그녀로부터 빼앗고자 했던 단 하나의 신념은 이제 완전한 자유와 함께 고결하고 거룩한 이상으로 다시금 그들 앞에, 우리의 앞에 마주선다. 그리고 이렇게 묻는다. 당신의 신념은 무사하냐고. 아니, 당신에겐 아직 신념이란 게 남아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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