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매몰처분 현장에 투입됐던 공무원들이 바닥에 앉아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이화영
정덕희 진천군 노인장애인팀장은 "(정씨가) 어제 감기 증세가 있다고 피곤해 했지만 밀린 업무 때문에 야근을 하고 퇴근했다"며 "최근 불거진 조류인플루엔자로 모든 직원들이 매몰처분 현장과 방역 초소 근무에 매달리면서 업무 부담이 크게 늘어 힘들어 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올해 공무원 14년차인 정아무개씨는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업무를 추진했다고 동료들은 입을 모았다.
정 팀장은 "같은 부서에 근무하면서 늘 지켜봤지만, 연로하신 어르신들을 상대하면서 눈살을 찌푸릴 만도 한데 전혀 내색하지 않던 동료였다"며 "그동안의 공을 인정받아 현재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추서한 상태인데 이런 일이 생겨 가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정아무개씨는 부인과 초등학교 4학년(남)과 1학년(여)에 다니는 자녀를 둔 가장으로 2년 전 별세한 아버지를 대신해 노모의 농사일까지 돕는 성실한 아들로 이웃들은 평가하고 있다.
"닭이 울부짖던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매몰처분에 투입되는 공무원들에 대한 안전장치는 인수공통 감염을 우려해 맞는 독감예방 주사와 타미플루 복용이 전부다. 예방 접종마저도 항체를 미리 생성하게 하려면 최소 4시간 전에 맞아야 하지만 투입 10분 전에 맞고 매몰현장으로 향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공중보건의는 "예방 접종은 바이러스를 주입해 항체를 미리 만들어 내성을 생기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그러려면 최소 4시간 전에는 맞아야 하는데, 지금의 예방 접종 방식은 오히려 화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타미플루 복용도 문제다. 이 약 사용설명서에 보면 신장에 문제가 있거나 천식, 만성기관지염 환자는 신중하게 투여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매몰처분 투입 공무원에게 별다른 교육이 없거나 있더라도 주마간산식 설명이어서 위험성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이는 드문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두통과 어지럼증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공무원이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