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과다 사용' 온열기호텔에 설치된 실외 온열기가 전력 과다 사용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진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 호텔에 설치된 온열기.
양태훈
#1.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영하 5도의 날씨. 호텔 입구의 대리석 바닥이 빨갛게 물들어 있다. 온열기 20개가 내리쬐고 있어서다. 온열기는 호텔의 바깥, 입구를 덮고 있는 처마에 달려 있다. 외제차 한 대가 들어오자 발레파킹(대리주차) 직원이 다가간다. 직원에게 차를 맡기고 고객은 회전문으로 향한다. 온열기에서 회전문까지는 2미터 남짓 거리다. 온열기 아래에는 온기가 느껴지지만 한 걸음만 떼도 찬바람이 분다.
고객을 기다리던 한 남성 직원과 이야기 나누는 사이 '탁'하는 소리와 함께 온열기 절반이 꺼졌다. 그는 "기온이 낮을 때는 이렇게 온열기를 일부 끈다"고 말했다.
#2. 중구 태평로 1가 코리아나호텔 온열기 6대는 호텔 앞을 지나는 사람에게도 온기를 준다. 지나가던 한 시민은 갑자기 느껴지는 열기의 정체가 궁금한 듯 고개를 들어 쳐다보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 호텔로 들어가는 고객들은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도어맨도 차에서 내리는 고객에게 문을 열어주느라 분주했다.
호텔 로비로 들어선 박아무개씨는 온열기가 "흉하다"고 말했다. 그는 갑자기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를 꺼냈다. 그는 "여기(서울)에 전기 끌어오는 것 때문에 밀양이 몇 년째 시끄러워져 서울 시민으로서 미안한 마음"이라며 "정부든 시청이든 나서서 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홀로 켜진 호텔 실외 온열기에는 눈 감아 정부가 겨울철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해 개문 난방(문 열고 영업)을 단속하고 있지만 주요 호텔의 실외 온열기 단속에는 눈을 감고 있어 전력 수급 안정 대책에 실효성이 없다는 의문이 제기된다. 또 사람이 없는데도 온열기가 켜져 있는 등 에너지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온열기 단속 여부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호텔측은 직원과 고객을 위한 방한 대책이라고 설명했지만 고객들은 효율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오마이뉴스>가 12일 오전 서울시내 유명 호텔인 신라호텔, 코리아나호텔, 더플라자, 롯데호텔, 웨스턴조선호텔을 살펴본 결과 이들 모두 크기와 형태는 다르지만 실외 온열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객이 없는 시간에도 온열기가 켜져 있어 전기가 낭비되고 있었다.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정문 처마에는 20개의 온열기가 달려 있다. 열선 2개로 이뤄진 온열기는 금속형 봉으로 처마에 연결돼 있다. 발레파킹 직원 대기석 위에도 온열기 1대가 설치돼 있다. 신라호텔은 지난해 5월 서울시가 발표한 자료에서 서울시내 호텔 중에서 면적당 에너지 소비량이 가장 많은 호텔로 꼽힌 바 있다.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는 열선 6개로 이뤄진 온열기 4개가 호텔 출입구에 설치돼 있다. 또 같은 크기의 온열기 2개가 인천공항버스 대기석 앞에도 설치돼 있다. 대기 고객이 없지만 온열기는 계속 켜져 있었다. 태평로 1가 코리아나 호텔에는 6개의 온열기가 설치돼 있다. 서울광장 앞 더플라자와 웨스턴조선호텔의 온열기는 처마 내부에 설치돼 있다.
시민단체측 "에너지 낭비의 극치"... 호텔 측 "고객과 직원 방한 대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