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만원 안 갚았다고 집 차압... 갑갑하다"

3개월간 연락 한번 없다 날아온 채권추심문서... 너무합니다

등록 2014.02.17 16:13수정 2014.02.1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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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가 가까워오던 지난 1월 25일, 김민석씨(가명·남·40)는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모친의 전화였다.

"국민은행에서 집 차압하겠다고 서류가 왔다. 어쩌면 좋니."

 김민석씨가 받은 채권추심문서
김민석씨가 받은 채권추심문서박미정

빚 80만원 남았는데... 사전 통보 한 번 없이 날아온 추심문서

김민석씨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채권은 모친 명의의 800만 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으로, 김민석씨가 경제적 능력이 없는 모친을 대신해 몇 년에 걸쳐 거의 다 갚고 80여만 원이 남은 상태였다.

조금 무리하면 완전 변제가 가능했던 것을, 이런 저런 사정으로 담당자와 통화를 해가며 날짜를 조율하고 있던 상태였다. 근 3개월간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그래서 내심 찜찜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전화 한 통 없이 이런 서류가 날아온 것이다. '가진 재산을 조사하여 채권을 추심하겠다'는 내용의.

전 담당자는 지나칠 만큼 자주 연락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가끔은 '전화 안 해도 내가 알아서 갚을 테니 전화 좀 그만하라'고 짜증을 낸 적도 있었다. 그런데 3개월 전 담당자가 바뀌었다는 연락이 왔다. 그걸로 끝이었다. 3개월간, 그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하다 못해 며칠까지 남은 금액을 변제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말까지도.

김민석씨는 서류에 적힌 휴대전화로 전화를 했다. 언성이 높아졌고 서로 거친 말들이 오갔다. '당신이 돈을 다 갚았으면 그런 서류가 왜 날아갔겠느냐', '당신 어머니한테 물어보라'는 험한 말도 들었다. 당장 은행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따지고 싶었지만 때마침 주말이어서 그럴 수도 없었다. 김민석씨는 답답한 마음을 억누른 채 월요일 아침까지 기다려야 했다.


27일 월요일 아침, 오히려 먼저 연락이 온 것은 추심업체 직원이었다. 주말에 막말을 한 것이 마음에 걸렸던지 토요일 통화 때는 제가 말씀이 심했다고 사과를 해왔다. 이미 그냥 넘어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일단 일이나 해결한 후의 일이라 생각해 대충 전화를 끊었다.

김민석씨는 만사를 제쳐놓고 국민은행의 지점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말에 채권추심 문서가 왔는데 이게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다. 담당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지금 자기가 바쁘니 나중에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터진 대규모 정보유출 건으로 요즘 은행들이 눈코 뜰새없이 바쁘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고,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한참 후 연락이 왔다. 담당자는 대수롭지 않은 듯 그 문서가 뭘 어쨌느냐고 물었다. '저하고 연락을 해서 날짜를 조율하기로 하지 않으셨느냐'고 항변해 보았다.

"뭐, 갚으시면 되죠."

무신경하기 그지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서류를 보내기 전에 이미 모친의 연락처로 연락을 드렸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과 함께. 지금 이 채권을 몇 년째 변제하고 있는 사람에게 직접 연락을 하지 않은 것, 그리고 모친이 지금은 사용하지도 않는 몇 년 전 연락처로 전화도 아니고 문자 한 통 남긴 것으로 면죄부를 삼으려 하는 그 태도에 김민석씨는 화가 났다.

김민석씨는 결국 이 채권을 완전히 변제하지 않고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1월 29일 다시 국민은행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지금 당장 남은 금액을 변제하려고 하니 정확한 금액과 입금계좌를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나 담당자는 여전히 지금 창구 고객업무에 바쁘다는 핑계로 잠시 후 연락하겠다는 말만을 남기고는 30분 이상 연락을 주지 않았다.

금감원에 진정한다고 하자 '돌변'한 은행 태도

결국 김민석씨는 채권추심업체에 전화를 해서 계좌번호와 금액을 확인한 후 채권을 변제했다. 그 후 은행에 전화를 한 김민석씨는 지금까지의 일을 조목조목 설명한 후 이 채권이 변제되는 과정에 있어 벌어진 모든 문제점을 금감원에 진정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지난 3개월간 전화 한 통 없던 은행 담당자가 10여 차례나 사무실 전화와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온 것이다. 전화 통화의 내용은 '제발 지점 상부에 보고되지 않게 해달라, 금감원에 진정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사업하시는 분이 은행을 평생 안 보고 사실 거냐는 협박 아닌 협박에, 김민석씨는 원칙대로 처리하자는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김민석씨는 모친의 예전 연락처로 문자 통보를 했다는 담당자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모친의 예전 전화번호를 현재 사용하는 사람에게 연락을 취해 사정을 설명하고 문자를 확인해 줄 것을 부탁했다. 김씨는 그런 문자를 받은 적이 없다는 대답만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김민석씨는 이러한 일련의 일들을 금융감독원에 진정하는 한편 국민은행 고객센터에 상담글로 남겼다. 은행 측에서 다시 연락이 온 것은 2월 5일 저녁 무렵이었다. 퇴근 시간이 겹쳐 전화 온 것을 받지 못하자, 그 주가 다 지나도록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이 되어서야 담당자의 상급자라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찾아뵙고 사과드리고 싶다'는 말만을 기계적으로 되풀이할 뿐 이와 같은 일이 어떻게 발생했으며 어떤 식으로 배상할 것인지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었다. 이에 분개해 지점장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그 채권은 본래 지난해 5월에 만기였으며 기한 내에 채권을 완전 변제하지 않아 벌어진 일에 대해서 본 은행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문제의 '집'은 김민석씨의 전 재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행에서 800만 원이던 채권이 80여만 원의 소액으로 변제되는 과정을 조금만 관심 있게 지켜봤더라면, 일괄적으로 채권추심업체에 넘기기 전에 한 번이라도 검토했더라면, 이자까지 합쳐도 90여 만 원에 불과한 금액 때문에 집을 차압하겠다는 서류를 민족의 명절이라는 설 직전에 송부할 수 있었을까.

"금감원에 진정해도 소용이 없고 고객센터로 전화해도 소용이 없으면, 이런 일은 도대체 어디다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건지… 참 세상 살기 갑갑합니다."

한편, 국민은행 측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채무자에게 대출만기안내와 채권추심업체 위임 안내장을 수차례 전화, 문자, 메일로 연락했다"며 "그러나 통화거부나 주소불명으로 반송되는 등 영업점도 곤란을 겪었다"고 반박했다.

또 "은행 해당 영업점은 신용대출을 한 채무자가 1개월 연체시 채권추심업체에 회수위임을 신청할 수 있다"며 "영업점에서도 수수료 나가기 때문에 되도록 안 하는데 회수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손상각을 하게되면 100% 손실처리를 하게 되는 건데 은행도 오죽하면 이러겠냐"고 되물었다.
#은행 #채권추심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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